‘1위→PS 탈락’ KIA 15년 전 악몽이 눈앞, ‘빈공+火펜’→10점 차 대패라니…‘1라운더’ 고졸 신인 역투 빛바랬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대로라면 잊고 싶던 15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날 판이다.
KIA 타이거즈는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1-11로 크게 졌다.
이날 경기 전부터 징조가 좋지 않았다. KIA는 본래 이날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선발로 내세울 예정이었다. 그런데 급거 김태형으로 선발 투수가 변경됐다. 네일의 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등판이 미뤄졌다.


당장 대체 선발로 쓸 선수도 마땅치 않은 상황. 결국 1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구원 등판해 4이닝 2실점을 기록한 김태형이 4일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없는 살림에서 쥐어 짜낸 카드였다.
리스크는 컸다. 아무리 1라운드에서 지명된 기대주라고는 하나 올해 2군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지난 롯데전에서도 표면적인 성적은 좋았으나 출루를 8번이나 허용하면서 삼진은 단 하나만 잡아냈을 정도로 세부 지표가 별로였다. 여기에 한화 타선은 최근 분위기가 좋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태형이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투구를 선보였다. 1회를 안타 하나만 맞고 넘긴 김태형은 2회에 최재훈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실점이었다. 3회 1사 1, 3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기고, 4회는 삼자범퇴를 달성했다.
김태형의 호투 덕에 4회까지 경기는 0-1로 접전 양상으로 남았다. 불펜진이 남은 이닝을 잘 막고 타선이 분발한다면 충분히 역전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5회가 되자마자 KIA 팬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돌변했다. 최지민이 올라와 추가점을 내주더니 구원 등판한 김시훈마저 노시환에게 투런포(30호)를 맞고 3점을 내준 것이다. 승기가 한화 쪽으로 넘어갔다.
이어 6회에는 최재훈의 적시 2루타에 이어 안치홍이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2호)까지 터뜨렸다. 이 시점에서 스코어는 0-8이 됐고, KIA의 승리 확률은 1.4%까지 추락했다. 결국 별다른 변수 없이 졌다.
결국 KIA의 발목을 잡던 불펜진이 이번에도 문제가 됐다. 김태형이 내려간 이후 5이닝 동안 무려 10점이나 헌납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트레이드로 수혈한 김시훈과 한재승이 8점이나 헌납했고,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최지민 역시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 KIA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34로 리그에서 2번째로 높다. 특히 승계 주자 실점률은 무려 41.3%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불펜진의 득점권 피안타율과 피OPS가 각각 0.300, 0.867로 둘 다 리그에서 2번째로 높은 탓이다.
9월로 범위를 좁히면 평균자책점 8.19(40⅔이닝 38실점 37자책)로 더 처참하다. 심지어 그간 매우 부진하던 정해영과 조상우가 이달 들어 합산 평균자책점 1.00으로 선전하고 있음에도 이렇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타선이다. KIA의 지난해 우승 비결 중 하나는 쉬어갈 틈이 없는 ‘핵타선’이었다. 올해는 김도영을 비롯한 주력 야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전반기 팀 OPS 3위(0.745)를 질주하며 ‘명불허전’이 무엇인지 보여 줬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팀 OPS가 6위(0.739)로 미끄러졌다. 심지어 9월로 범위를 좁히면 0.697까지 추락한다. 리그에서 2번째로 낮다. 심지어 경기당 평균 득점(3.2점)은 리그 ‘꼴찌’다. 이번 경기에서도 라이언 와이스를 상대로 간신히 한 점을 뽑는 데 그쳤다. 9회까지 안타 5개, 볼넷 2개가 출루의 전부였다.
박찬호(OPS 1.163)와 최형우(0.939),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윤도현(0.857) 정도만 제 몫을 한다. 나성범(0.743)은 볼넷은 잘 고르나 홈런이 하나도 없고, 김선빈은 타율은 괜찮으나 OPS는 0.649에 그친다. 그간 좋은 모습을 보이던 김호령(0.594)과 오선우(0.382)마저 한계에 봉착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러니 치고 나갈 수가 없다. KIA의 현재 시즌 성적은 61승 4무 67패(승률 0.477)로 8위다. 그나마 9위 두산 베어스의 최근 페이스가 나쁘기에 망정이지, 한때 9위로 밀려날 뻔했다.
5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격차는 어느새 4경기까지 벌어졌다. 이대로라면 디펜딩 챔피언이 포스트시즌도 못 가보고 시즌을 접을 판이다. 우승 직후 승률이 0.444로 떨어지며 가을야구와 이별한 2010년의 악몽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