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5km-163.3km-163.3km’ 124년 역사상 최고 기록 완성, 이 선수가 정녕 37세라니…‘쿠바 특급’의 시…

[SPORTALKOREA] 한휘 기자= 아롤디스 채프먼(보스턴 레드삭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채프먼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 마무리 투수로 나서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9회 초 출격한 채프먼은 폴 골드슈미트와 재즈 치좀 주니어를 연달아 땅볼로 잡고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쌓았다. 이어 호세 카바예로를 상대로 높은 속구만 3개를 던져 전부 헛스윙을 끌어내는 위력을 발휘하며 삼구 삼진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카바예로를 상대로 던진 3개의 빠른 공은 각각 시속 101마일(약 162.5km), 101.5마일(163.3km), 101.5마일이 기록됐다. 입이 떡 벌어지는 투구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채프먼은 올 시즌 30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전성기에서 멀어진 이후 한동안 중간 계투로 뛰던 채프먼은 이로써 양키스 시절이던 2021시즌 이후 4년 만에 다시금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통산 세이브 개수도 365개로 늘리며 현역 3위, 전체 13위 자리를 지켰다.
채프먼의 30세이브는 보스턴 구단 역사에도 큰 의미를 남겼다. 그간 보스턴에서 활약한 수많은 마무리 투수 가운데 가장 늦은 나이에 30세이브를 달성한 선수는 1991년 만 35세의 나이로 세이브 40개를 수확한 제프 리어던이었다.
그런데 채프먼은 올해로 만 37세다. 리어던보다 2살 많은 나이로 30세이브 고지를 밟아 구단 역대 최고령 신기록을 세웠다. 1901년 창단된 보스턴의 124년 역사상 최고 기록을 채프먼이 세운 셈이다.

올 시즌 채프먼은 63경기 57⅓이닝 4승 3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1.26이라는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MLB에서 30세이브 고지를 밟은 선수는 채프먼을 포함해 7명이 있는데, 그 가운데 채프먼의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가히 제2의 전성기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젊은 시절 ‘쿠바 특급’으로 불리며 이름을 날렸던 채프먼이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 조금씩 기량이 우하향하며 아쉬움을 남겼고, 여러 팀을 떠도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싱킹 패스트볼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약체 피츠버그에서 68경기 5승 5패 14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3.79로 선전했다. 부활의 가능성을 본 보스턴은 1년 1,075만 달러(약 149억 원)에 채프먼을 데려와 LA 에인절스로 떠난 켄리 잰슨의 공백을 메웠다.
그리고 채프먼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여전히 시속 101마일에 달하는 강속구를 펑펑 뿌리면서도, 전례 없을 만큼 안정된 제구를 자랑한다. 9이닝당 볼넷(BB/9) 지표가 데뷔 후 3~5개 정도에서 머물렀는데, 올해는 2.24개로 줄었다.
최근 2경기에서 연달아 실점하며 다시금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채프먼은 채프먼이었다. 금세 안정을 되찾으면서 올해 아메리칸리그(AL) 최고의 구원 투수에게 주어지는 마리아노 리베라 상을 향해 성큼 다가서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