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2727일 만의 인생투’ 7년 전 ‘차기 에이스’ 기대주가 위기의 삼성 구했다…벼랑 끝에서 나온 양창섭의 ‘6⅔이닝…

[SPORTALKOREA] 한휘 기자= 7년 전 삼성 라이온즈의 ‘차기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선수가 생애 최고의 투구로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삼성 양창섭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 2번째 투수로 출격해 6⅔이닝 무피안타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양창섭은 예상보다 한참 이른 3회 1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투수 이승현이 2회와 3회 연달아 실점했고, 제구 난조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끝에 2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2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한 것이다.
0-2로 밀리던 가운데 흐름이 넘어갈 것을 우려한 박진만 삼성 감독은 양창섭을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준원을 5-4-3 병살타로 잡고 실점을 막은 것을 시작으로 양창섭의 ‘인생투’가 막을 올렸다.
양창섭은 7회 1사까지 10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허경민에게 던진 초구가 몸에 맞는 공이 되며 ‘퍼펙트’는 깨졌지만, 강백호와 안현민이라는 상대 핵심 타자들을 각각 삼진과 땅볼로 잡아내며 본궤도를 되찾았다.

그 사이 타선은 3회 김성윤의 역전 스리런포(5호), 6회 터진 르윈 디아즈(46호)와 이성규(4호)의 솔로 홈런 등을 묶어 6점을 뽑았다. 힘이 실린 양창섭은 8~9회도 삼자범퇴로 정리하면서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고 경기를 매듭지었다.
20타자를 상대하면서 허경민에게 내준 몸에 맞는 공 하나를 빼면 한 번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피안타도, 볼넷도 없었다. 선발 투수 이승현의 부진을 말끔히 지워버리는 투구로 삼성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양창섭이 6이닝 이상 투구하며 실점하지 않은 것은 데뷔 후 4번째로, 2022년 4월 6일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6이닝 3피안타 2볼넷 무실점) 이후 1,257일 만이다. 6이닝을 초과해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것도 2018년 9월 14일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실점을 기록한 이후 2,557일 만에 처음이다.
그런데 이렇게 호투한 경기에서도 ‘노히트’를 달성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2018년 3월 28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1군에 데뷔한 이래 2,727일 만에 생애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셈이다.

사실 삼성 팬들이 양창섭에게 기대하던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2018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고, 첫해부터 19경기(17선발) 7승 6패 평균자책점 5.05로 잠재력을 드러내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잦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9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2020시즌부터 4시즌 도합 37경기 3승 7패 3홀드 평균자책점 7.77이라는 끔찍한 성적을 남겼다. 정체된 성장 속에 ‘실패한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따라왔다.

그런데 군 복무를 마친 올해 반전의 발판을 놓기 시작했다. 29경기(5선발)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1로 데뷔 시즌 이래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중이다. 특히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점 1.76이라는 호투로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이번 경기 호투로 삼성이 지긋지긋한 5연패 사슬을 끊었기에 더 의미가 있다. 덕분에 삼성은 시즌 66승(2무 65패)째를 올리고 6위 롯데 자이언츠(64승 6무 64패)에 반 경기 앞선 5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결국 7년 전 기대를 모았으나 한동안 부침을 겪던 ‘옛 유망주’가 돌고 돌아 살아나 팀을 구해냈다. 양창섭이 바꾼 분위기를 이어 삼성이 2년 연속으로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을 수 있을까.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