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역수출 신화다’ MLB 돌아간 前 삼성 35세 베테랑, 5개월 쉬다 와도 잘 던지네…내년에는 선발진 복귀도 노린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사람들이 메릴 켈리(텍사스 레인저스)의 역수출 신화에 주목하는 사이, 조용히 호투하며 성과를 올리는 ‘재진출’ 선수가 한 명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알버트 수아레즈는 15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오랜만의 선발 등판이다. 롱 릴리프 역할로 시즌을 시작한 수아레즈는 부상 때문에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이달 들어 돌아와 불펜으로 감각을 조율하다가 오래간만에 선발로 출격했다. 지난해 9월 30일 미네소타 트윈스전 이후 350일 만이다.
아직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할 컨디션은 아니라서 실제로는 불펜 데이의 첫 번째 투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제 몫을 120% 소화했다. 1회부터 삼진 2개를 솎아내며 호투했고, 2회에도 두 타자를 삼진 처리하면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3회 1사 후 안드레스 히메네스와 조지 스프링어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그래도 데이비스 슈나이더를 삼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정리했다. 임무를 마친 수아레즈는 그랜트 울프램에게 배턴을 넘기고 등판을 마쳤다.
경기는 볼티모어의 2-11 대패로 끝났다. 수아레즈에 이어 올라온 울프램과 카슨 랙스데일이 도합 10실점이나 헌납하며 수아레즈의 호투가 더욱 빛났다.

수아레즈는 KBO리그에서 뛰면서 한국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선수다. 2022시즌 삼성 라이온즈에 합류해 2시즌 간 활약했다. 입단 첫 해 3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9라는 엄청난 성과를 내고도 6승 8패에 그쳐 ‘불운의 아이콘’으로 꼽히기도 했다.
2023시즌 부상 탓에 19경기만 뛰고 퇴단한 수아레즈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그해 9월 16일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지난해 4월에 마운드 공백이 생기면서 일찌감치 콜업 기회를 잡았는데, 기대 이상의 호투를 이어가며 순식간에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수아레즈는 32경기(24선발) 133⅔이닝 9승 7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호투하며 선발진 한 축을 담당했다. 그전까지 MLB 통산 소화 이닝이 115⅔이닝에 불과했던 선수가 한국을 거친 후 ‘반전 드라마’를 쓴 것이다.
올해는 어깨 부상 탓에 고생했다. 개막 후 1경기만 뛰고 3월 29일 부상자 명단(IL)에 올랐고, 무려 5개월에 달하는 회복 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복귀 후 연일 호투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다. 시즌 성적은 5경기(1선발) 2승 평균자책점 2.31(11⅔이닝 4실점 3자책)이다.

호투를 끝까지 이어 간다면 차기 시즌 선발 로테이션 재진입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올해 볼티모어 선발진 가운데 스가노 토모유키는 단년 계약이라 내년에도 팀에 남을지 알 수 없다. 만약 스가노가 이탈하면 선발진 한 자리가 비게 된다.
사실 그럼에도 경쟁이 쉽지는 않다. 올해 ‘에이스’ 노릇을 하는 트레버 로저스,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딘 크레머가 건재하다. 얼마 전 부상에서 돌아온 카일 브래디시와 타일러 웰스, 마찬가지로 내년 시즌 복귀를 전망하는 그레이슨 로드리게스도 있다.
여기에 유망주 케이드 포비치까지 있어 틈바구니를 뚫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선발로 기량을 인정받았다는 메리트도 확실하다. 경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다른 ‘역수출 신화’에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