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서 내게 후반전을 주셨다"...벽난로 폭발로 '신체 18% 전신 화상' '한일 월드컵 우승+트레블 핵심…

[SPORTALKOREA] 황보동혁 기자= 브라질 축구 레전드 루시우가 생사를 오간 끔찍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고백했다.
루시우는 지난 5월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에서 열린 47번째 생일 모임 중 벽난로 폭발로 큰 화상을 입었다. 지인들과 저녁을 즐기던 평범한 순간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벽난로 불이 꺼지자 한 친구가 알코올 캔을 던져 불을 다시 지피려 했고,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나 불길이 루시우의 얼굴과 팔, 다리를 뒤덮었다. 그는 “불길이 내 몸을 삼키던 순간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본능적으로 수영장에 몸을 던진 것이 그의 생명을 살렸다. 불길을 가까스로 끈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결국 전신 18%에 해당하는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판정됐다. 아내는 다행히도 무사했다.
이후 루시우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20일간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는 사고 직후 SNS를 통해 “지금까지 보내주신 모든 응원 메시지와 기도에 깊이 감사드린다. 의식은 명료하고 상태도 안정적이며, 점차 호전되고 있다. 가족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회복 과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사고 넉 달이 흐른 지금 루시우는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공포와 고통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그는 “신께서 내게 경기의 ‘후반전’을 허락하셨다. 그러나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생활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화상은 다루기 가장 까다로운 부상 중 하나이고, 그렇게 오랫동안 병원에 머문 건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루시우는 브라질 축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수비수였다. 2000년대 초반 국가대표에 승선한 뒤 2011년까지 10년간 브라질 수비의 중심을 지켰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핵심 멤버로 우뚝 섰다.
클럽 경력에서도 빼어난 업적을 남겼다. 바이어 레버쿠젠과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인터 밀란으로 이적한 그는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세리에A, 코파 이탈리아를 모두 석권하며 ‘트레블’의 주역이 됐다. 힘과 피지컬, 그리고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던 루시우는 당대 최고의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2012년 유벤투스를 끝으로 고향 브라질로 돌아온 루시우는 상파울루, 파우메이라스 등에서 뛰며 커리어를 이어갔다. 2020년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각종 레전드 매치와 축구 행사를 오가며 여전히 팬들과 호흡했다. 그만큼 이번 사고 소식은 축구계와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그의 회복세는 긍정적이다. 여전히 의료진의 면밀한 관찰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루시우는 “가족과 함께 평온한 마음으로 회복 과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