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역사상 단 1명’ 그게 바로 이정후 동료라고? 수비형 포수가 MLB 역사를 썼다…그야말로 “야구 몰라요”

[SPORTALKOREA] 한휘 기자= 미국 야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동료 선수가 달성했다. 그것도 타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말이다.
샌프란시스코 패트릭 베일리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리는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LA 다저스와의 3연전 첫 경기에 8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4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정규 이닝 안에는 아무런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팀 타선과 함께 다저스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꽁꽁 묶였다. 8회 3번째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잭 드라이어를 만났으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1-1로 맞선 10회 말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 1사 3루에서 이정후가 오심 덕을 보며 볼넷을 골랐고, 다저스 벤치가 케이시 슈미트를 고의4구로 내보냈다. 베일리 앞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가 왔다.

태너 스캇의 초구를 골라낸 베일리는 2구 높은 패스트볼이 오자 기다렸다는 듯 통타했다. 제대로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그대로 빨랫줄처럼 뻗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비거리 388피트(약 118.3m)의 시즌 6호 홈런이자, 경기를 5-1 승리로 마무리하는 끝내기 만루포였다.
앞선 세 타석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는 한 방이었다. 이 홈런 덕에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75승(72패)째를 거두며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3위 뉴욕 메츠(76승 72패)를 반 경기 차로 쫓았다. 기적적인 포스트시즌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베일리는 ‘끝내기’에 아주 특별한 기억을 가진 선수다. 지난 7월 9일 베일리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9회 말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장식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2타점 이상의 끝내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나온 것은 36년 만에 처음이었다. 심지어 포수의 끝내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1926년 8월 12일 베니 테이트(당시 워싱턴 세네터스) 이후 99년 만에 나온 것이다.
그런 베일리가 이번에는 끝내기 만루홈런을 쳤다.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만큼은 아니어도 드문 기록이다. 100년을 훌쩍 넘는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상 베일리를 포함해 단 7명만이 달성해 봤다.

심지어 커리어 내내 끝내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과 끝내기 만루홈런을 모두 기록해 본 선수는 더 드물다. 베일리 외에는 1910~20년대 활약한 빌리 사우스워스, 1980년대 메츠에서 전성기를 보낸 팀 터펄, 그리고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전설’ 로베르토 클레멘테가 끝이다.
이 두 진기록을 한 시즌에 달성한 선수는 베일리와 클레멘테 뿐이다. 그런데 클레멘테는 끝내기 만루홈런을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달성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두 개의 다른 홈런으로 이 기록을 세운 것은 1876년 NL이 창설된 이래 약 150년 역사를 통틀어 베일리가 유일하다.

이런 기록을 ‘수비형 포수’ 베일리가 세운 것이라 더 놀랍다. 2023년 빅리그에 데뷔한 베일리는 준수한 기본기와 훌륭한 프레이밍, 빼어난 도루 저지 능력 등 수비력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OPS 0.650을 넘겨본 적이 없을 정도로 성과가 없다. 올 시즌은 이 경기 전까지 OPS가 0.598에 그쳐 데뷔 후 처음 0.6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그런 선수가 역사에 남을 진기록을 완성했다. 고 하일성 전 해설위원의 “야구 몰라요”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