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긴장해야겠는데? 토사구팽한 ‘전직 에이스’가 비수 꽂으러 온다…필라델피아 데뷔전서 5이닝 쾌투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 LA 다저스의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팀을 떠난 ‘전직 에이스’가 친정팀에 비수를 꽂게 될까.
필라델피아 필리스 워커 뷸러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초반에는 다소 불안했다. 1회 바비 위트 주니어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한 뒤 마이켈 가르시아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준 것이다. 이어 가르시아에게도 도루를 내주며 재차 득점권 위기가 이어졌지만, 살바도르 페레스를 뜬공으로 잡고 추가 실점은 막았다.
뷸러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2회를 안타 하나만 맞고 넘긴 뒤 3회에 경기 처음으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4회 2사 후 안타와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으나 실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5회에도 2사 1, 2루 위기를 틀어막고 제 몫을 다했다.
타선이 6점이나 지원해 주며 뷸러는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벤치로 돌아갔다. 결국 필라델피아가 8-2로 이기며 뷸러의 시즌 8승(7패)이 기록됐다.
이날 경기는 뷸러가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라 더 의미 있었다. 뷸러는 지난 1일 필라델피아와 마이너 리그 계약을 맺었고, 이번 경기를 앞두고 로스터에 등록됨과 동시에 데뷔전에 나섰다. 그런데 곧바로 승리를 따낸 것이다.

뷸러는 다저스 시절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함께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2022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뒤 커리어가 꼬였다. 2024시즌 복귀했으나 16경기 75⅓이닝 1승 6패 평균자책점 5.38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빅 게임 피처’의 면모를 선보였고, 다저스의 4년 만의 월드 시리즈 제패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정규시즌 부진 탓에 다저스와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일각에서 ‘토사구팽’이라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뷸러는 보스턴과 1+1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3경기(22선발) 112⅓이닝 7승 7패 평균자책점 5.45라는 끔찍한 성적을 내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다저스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말았다.

결국 8월 들어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뷸러는 지난달 30일 유망주 페이턴 톨리가 로스터에 등록되면서 방출당하고 말았다. 이에 투수 보강을 원했던 필라델피아가 접촉했다. 롭 톰슨 필라델피아 감독은 “뷸러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큰 경기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뷸러는 지난달 20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첫 선발 등판에서 호투하며 ‘빅 게임 피처’의 면모를 되찾기 시작했다. 잭 윌러의 이탈과 애런 놀라의 부진 등으로 고민거리가 된 필라델피아 선발진에 단비와도 같은 투구였다.

이에 친정팀 다저스와의 만남 여부에도 눈길이 간다. 필라델피아는 오는 16일부터 다저스 원정 3연전을 치른다. 필라델피아의 로스터 운용에 따라 18일 경기에서 뷸러가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다. 현재 승률대로 포스트시즌 시드 순번이 정해진다면, 필라델피아는 2번 시드로 디비전 시리즈에 직행한다. 다저스는 3번 시드로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르는데, 여기서 이기면 필라델피아를 만나게 된다.
만약 뷸러가 계속해서 호투를 이어간다면, 지난해의 ‘우승 영웅’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시나리오가 나올지도 모른다. 뷸러의 오른팔에 팬들의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폭스스포츠 공식 X(구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