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 타율 0.177’ 주자만 쌓이면 꺼지는 이정후의 바람…월간 타율 ‘0.433’ 불방망이 속 ‘옥에 티’로 남지 않도록

[SPORTALKOREA] 한휘 기자= 9월 들어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지만, 득점권 지표를 보면 아직 마냥 만족하긴 일러 보인다.
이정후는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7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4타수 무안타 1타점으로 침묵했다.

전반적으로 타석의 영양가가 부족했다. 첫 세 타석에서 내리 땅볼로 물러났다. 도합 5개의 공만 봤을 정도로 승부를 빠르게 가져갔으나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9회 마지막 타석이 아쉬웠다. 팀이 2-5로 추격하던 가운데 1사 2, 3루 기회에서 이정후가 타석에 섰다. 안타 한 방이면 1점 차로 추격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정후는 앤드루 살프랭크의 4구를 쳐 평범한 2루수 방향 1타점 땅볼로 물러났다.
결국 이정후가 안타 없이 침묵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도 3-5로 졌다. 이정후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69 8홈런 52타점 10도루 OPS 0.746이 됐다. 전날 2할 7푼대 타율과 OPS 0.750을 모두 넘겼으나 하루 만에 미끄러졌다.
그래도 한창 부진할 때 타율이 2할 5푼 아래로 내려가고, OPS는 0.7이 무너질 위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좋아진 수치다. 8월에 타율 0.300 OPS 0.790으로 선전한 것도 있지만, 이달 들어 8경기에 출전해 타율 0.433(30타수 13안타) 1홈런 4타점 OPS 1.069로 날아다니는 것이 크다.

그야말로 ‘태풍’과도 같은 페이스로 질주하는 이정후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득점권만 가면 바람이 잠잠해지는 모습이 잊을만하면 나오고 있다.
올해 이정후의 득점권 성적은 타율 0.248 OPS 0.716이다. 시즌 성적과 비교하면 확실히 한결 처진다. 그런데 이마저도 4~5월에 바짝 끌어 올린 성적이다. 6월 이후 이정후의 득점권 성적은 냉정히 말해 기대치에 많이 못 미친다.
이정후는 6월 이후 득점권 70타석에 들어서서 타율 0.177(62타수 11안타) OPS 0.517로 매우 부진했다. 그나마 이달 들어 7타수 3안타로 나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안타 3개가 모두 내야 안타라서 타점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득점권에서 단순히 부진한 것뿐만 아니라 상대 투수와의 카운트 싸움을 너무 소극적으로 펼친다는 비판도 따라온다. 지난 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정후는 3-4로 추격하던 6회 초 1사 만루 기회에서 타석에 섰다.
앞서 맷 채프먼의 안타가 나와 1점 차까지 추격에 성공한 상황. 흐름을 이어가야 했지만, 이정후의 판단은 아쉬웠다. 초구 한복판에 몰린 커터를 그냥 흘려보냈고, 2구와 4구 스위퍼 역시 스트라이크 존을 넉넉히 통과했으나 이정후는 가만히 서 있었다.
결국 이정후는 루킹 삼진으로 허망하게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는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3-4로 졌다. 현지 팬 기고 매체인 ‘팬사이디드’의 샌프란시스코 전문 기고가 제프 영은 이를 보고 “잔혹한 타석이다”라며 한탄했다.

물론 득점권과 별개로 평상시 분위기가 워낙 좋은 것 자체가 긍정적인 요소다.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을 고려하면 득점권 성적도 장기적으로 평시 성적에 수렴할 공산이 크다. 당장 KBO리그 시절에도 통산 득점권 OPS가 0.974에 달할 만큼 스타성이 훌륭했던 선수다.
다만 유독 득점권에서 빅리그 수준의 수싸움이 안 되는 점은 보완점으로 꼽힌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득점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낸 만큼, 그때의 감각을 찾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com 게임데이 문자중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