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수 GOAT’ 평가 괜히 있겠나, 38세 노장이 토종 좌완 ‘원톱’이다…이것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클래스

[SPORTALKOREA] 한휘 기자= 30대 후반의 나이에 총액 17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계약을 따내고, 벌써부터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지난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깔끔한 투구로 승리를 수확했다.

1회가 유일한 위기였다. 우익수 쪽 평범한 안타성 타구를 이진영이 뒤로 흘려 3루타로 둔갑시켰다. 1사 후에는 윤동희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빅터 레이예스와 김민성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실점을 막아냈다.
그리고 류현진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적극적인 스트라이크 존 공략과 절묘한 제구, 완급 조절을 앞세워 공략에 나섰다. 비교적 스윙을 적극적으로 가져가는 롯데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류현진의 능수능란한 투구에 압도당했다.
1회 이후 무려 11타자 연속 범타 행진이 이어졌다. 5회 초 선두 타자 손호영의 2루타가 침묵을 깼으나 류현진은 뒤이은 세 타자를 깔끔히 잡고 실점을 막았다. 6회도 삼자범퇴를 달성한 뒤 임무를 마쳤다.
류현진의 호투에 한화 타선도 6회까지만 9점을 뽑는 것으로 화답했다. 롯데 수비진의 ‘실책 퍼레이드’도 한화를 도왔다. 결국 한화가 13-0 대승을 거두며 류현진에게 승리가 기록됐다.

이날 등판 결과로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은 24경기 128⅓이닝 8승 7패 평균자책점 3.30이 됐다.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은 3.46으로 100이닝 이상 던진 토종 좌완 투수 가운데 3위였는데, 이 호투로 평균자책점을 끌어 내리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외국인 선수를 합쳐도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좌완 선발 요원은 두산 베어스 잭 로그(3.00)가 유일하다. KBO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100이닝 이상 던진 선수 중 평균자책점 13위에 해당하는데, 웬만한 2선발급 투구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등판마다 본인의 ‘클래스’를 입증하고 있는 류현진이지만, 지난해 한화로 돌아올 때만 하더라도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이미 메이저리그(MLB)에서의 활약으로 한국 투수 ‘GOAT(역대 최고)’로 부르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말이다.
팔꿈치 수술 이후 구속이 상당히 떨어졌고, 나이도 3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당장 MLB에서의 마지막 해인 2023시즌 이닝 소화력이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한화는 류현진을 복귀시키며 8년 총액 17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을 선사했다.
이에 악성 계약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한 시선으로 류현진을 바라보는 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지난해 시즌 초 ABS 적응기를 겪으며 고생했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고 나니 특유의 정교한 제구력이 더욱 빛을 발해 준수한 성과를 남겼다.

올해는 이닝 소화력이 다소 떨어졌으나 세부 지표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수준이다. 피안타율이 지난해 0.287에서 올해 0.264로 2푼 넘게 떨어졌고, 9이닝당 볼넷 개수도 1.88개에서 1.68개로 줄며 날카롭던 제구력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모습으로 류현진은 최근 3경기 내리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하며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한화의 최대 강점이라면 역시나 ‘선발 야구’인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코디 폰세이긴 하나 류현진의 공로 역시 지대하다.
관건은 포스트시즌이다. 류현진은 오랜 기간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고도 국가대표팀을 제외하면 우승과는 연이 없었다. 올해 한화가 최소 2위 자리를 지킬 것이 유력한 데다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20년 가까이 묵은 아쉬움을 떨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