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1위’ 껑충! ‘한 달 무승’ 고비 넘으니 31년 만에 신바람이 다시 불었다…이대로 ‘AGAIN 1994’까지 해낼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자타가 공인하는 ‘후반기 최강’으로 발돋움한 LG 트윈스 마운드에 31년 전의 신바람이 다시 불었다.
LG는 지난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8-4로 이겼다. 이 승리로 LG는 시즌 79승(4무 48패)째를 거두고 선두 자리를 지켰으며, 올해 KBO리그 첫 80승 고지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이날 많은 팬의 이목이 선발 투수 손주영을 향했다. 이 경기 전까지 시즌 9승을 챙긴 손주영은 이날 승리를 거두면 데뷔 후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한 달 넘게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는 것.

손주영의 마지막 승리는 7월 30일 KT 위즈전(7이닝 무실점)이었다. 이후 8월 5경기에서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하는 등 분전했으나 5경기 모두 ‘노 디시전’에 그쳤다. 최근 2번의 등판에서 내리 4점씩 내주는 등 불안감도 커졌다.
이날도 초반은 좋지 않았다. 2회 김기연의 투런 홈런(2호)과 3회 강승호의 병살타가 겹치며 순식간에 3점을 내준 것이다. 흔들리는 손주영과 함께 LG의 승리 플랜도 꼬이는 듯했다.
하지만 타선이 힘을 냈다. 4회 한 점을 쫓더니 5회에만 무려 6점을 몰아치며 승부를 한 번에 크게 뒤집은 것이다. 힘을 얻은 손주영은 이후 한 점도 내주지 않고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LG가 8-4로 두산을 제압하며 손주영에게 시즌 10승(6패)이 기록됐다. 한 달이 넘는 무승의 늪과 ‘5전 6기’를 극복하고 만든 값진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였다.


그런데 이 승리는 LG 구단에도 의미가 매우 크다. LG는 이미 요니 치리노스(12승)와 임찬규(11승), 송승기(10승)까지 3명의 선발 투수가 10승 고지를 밟았다. 여기에 손주영이 합류하며 무려 4명이 선발 10승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9번째이자, LG 구단 기준으로는 1994년 이후 무려 31년 만에 나온 위업이다. 구원승을 포함한 ‘10승 투수 4명’으로 범위를 좁혀도 1997년 이후 처음이니, 뜻깊은 기록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LG가 마지막으로 이 기록을 세운 1994년은 LG 구단 역사에 남을 한 해였다. 류지현과 김재현, 서용빈의 ‘신인 트로이카’로 대표되는 호타준족 영건들을 앞세워 창단 후 2번째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야수들이 주로 받았지만, 사실 이 해 LG 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투수진이었다. 고 이광환 감독 특유의 투수 분업화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상훈(18승)-김태원(16승)-정삼흠(15승)으로 이어지는 ‘스리 펀치’가 무려 49승을 합작했다. 여기에 대졸 신인 인현배는 비록 후반기에 부진하긴 했어도 8월에 10승을 달성하며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불펜에서도 김용수와 차동철 등이 좋은 투구로 힘을 보탰다.
덕분에 이 시즌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14로 리그에서 가장 낮았다. 2위 OB 베어스(현 두산)의 3.46과 작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달성한 진기록이 올해 31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실제로 후반기 LG의 마운드는 ‘리그 최고’를 자부할 만하다. 특히 선발진의 안정화가 눈에 띈다. 전반기 LG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79로 5위에 그쳤으나 후반기에는 2.95로 1위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2점대이기도 하다.
1994년 LG는 1990년의 첫 우승 이후 트로피 공백기를 보내다가 트로피를 되찾았다. 올해 LG도 2023년 우승 이후 2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그런 가운데 1994년에만 달성했던 진기록이 31년 만에 재현됐다. 과연 시즌 결과까지 재현할 수 있을까.

사진=LG 트윈스 제공,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