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가 없는 사이, 너무 많이 커버렸다! 리그 넘어 아시아·세계 탑 가드 노리는 허예은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예은이도 너무 많이 늘었어요"
지난 6일 김완수 KB 감독은 허예은의 성장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쳐 WNBA 무대에서 코트를 누빈 후지쯔 레드웨이브의 가드 마치다 루이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허예은은 이날 초반부터 펄펄 날았다. 마치다를 앞에 두고 보란 듯이 터트린 3점슛을 시작으로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했다. 필요할 때는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으며 과감하게 플로터를 얹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허예은은 이날 16득점 10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50%(4/8)를 기록했다. 비록 팀은 패했으나 개인적인 퍼포먼스에선 마치다(3득점 14어시스트 5리바운드)보다 더 나았다.

이어 7일 열린 스페인 사라고사와의 경기. 이날은 종전 일본의 강호 덴소 아이리스, 후지쯔와는 다른 형태의 전쟁이었다. 사이즈가 비슷한 일본과 달리 스페인은 피지컬이 막강했다. 180cm 안팎의 선수들이 볼핸들러를 맡았다. 이에 허예은은 공격에선 자신보다 15cm 차이가 나는 큰 산을 넘어야 했고, 수비에서도 이들을 대적해야 했다.
예상대로 허예은은 신장과 힘의 차이는 극복하지 못했다. 다만 의지와 활동량이 돋보였다. 아픈 와중에도 가장 목소리를 키우며 수비 라인을 진두지휘했고, 볼 라인을 끊었다. 더블팀과 로테이션의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이날도 허예은은 16득점 10어시스트 5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지난 2021/22시즌 심성영을 제치고 KB의 주전 가드를 맡아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허예은은 2022/23시즌 박지수 없이 홀로서기에 나섰으나 무위에 그쳤다. 부족한 역량에 오히려 많은 이들로부터 비판을 받아 남모를 고충을 겪었다.

위기에서 허예은이 선택한 길은 포기, 회피가 아닌 극복, 노력이었다. 매일같이 일찍 나와 슛 연습을 이어갔고, 비시즌에도 매번 스킬 트레이닝을 다니며 기술을 연마했다. 덕분에 패스, 슛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지난 2023/24시즌 생애 첫 가드 부문 BEST 5를 수상했다.
이후 허예은은 진정한 시험 무대를 맞이했다. 지난 시즌 박지수가 유럽 진출을 택했기 때문. 그러나 노력한 허예은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 새로운 동료 나가타 모에와 함께 도장 깨기에 나섰다. 비록 KB의 발걸음은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멈췄으나 허예은은 한 발 넘어 두 발을 더 나아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또 '박지수 의존'이라는 꼬리표도 모두 뗐다.

허예은이 종전에 비해 가장 달라진 부분은 슛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박지수의 스크린을 받고 편안하게 던지는 슛의 확률만 높았다면 이제는 아니다. 볼핸들링을 하며 곧바로 던지는 슛. 픽게임을 펼치며 스크린을 받자마자 스텝을 잡고 던지는 슛이 모두 정확해졌다. 또 이러한 부분이 국내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스페인, 헝가리 등 아시아와 유럽 강호들과 맞붙었을 때도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증명했다. 허예은의 이번 대회 해외 구단 상대 3점슛 성공률은 37.1%, 경기 당 성공 개수는 무려 3.3개다.
김 감독은 허예은의 슛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 팀에 강이슬, 나윤정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슈터가 둘 있는데 예은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라며 허예은을 치켜세웠다.
사진=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