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격’ 1조 3천억 가까이 썼는데 2691일 만에 대굴욕 당했다! ‘투수들의 무덤’에서 무득점이라니…‘제자리걸음’ 다저스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구성한 타선이 ‘투수들의 무덤’에서 최하위 팀을 상대로 한 점도 못 내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이 패배로 샌디에이고의 올 시즌 성적은 76승 65패(승률 0.539)가 됐다.

이날 샌디에이고 타선은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못 했다. 경기 내내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얻은 것이 전부다. 특히 콜로라도 선발 투수 카일 프릴랜드를 상대로는 안타 2개만 얻는 데 그칠 정도로 압도당했다.
그나마 9회 초 빅터 보드닉을 상대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라이언 오헌의 좌익수 뜬공에 이어 매니 마차도가 5-3 병살타를 치면서 허무하게 경기가 끝나버렸다. 선발 투수 닉 피베타는 쿠어스 필드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선방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타자에게 극도로 유리한 쿠어스 필드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은 어마어마한 굴욕이다. 샌디에이고의 쿠어스 필드 무득점은 2018년 4월 25일 0-8 패배 이후 무려 2,691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콜로라도 선발 투수도 프릴랜드였다.
그나마 2018시즌에는 전력 차가 컸다는 변명이라도 가능하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시즌 66승 96패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최하위에 처진 약체였다. 반면 콜로라도는 시즌 91승 72패로 와일드카드 경기를 거쳐 디비전 시리즈까지 진출해 가을야구를 누빈 강호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샌디에이고는 이후 ‘매드맨’ A.J. 프렐러 단장을 필두로 공격적인 전력 보강을 단행하며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반대로 콜로라도는 구단주 몽포트 형제의 끔찍한 구단 운영으로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잃은 MLB 최악의 구단으로 전락했다.
당장 올 시즌 성적도 크게 비교된다. 76승을 거둔 샌디에이고와 달리 콜로라도는 이번 경기 승리로 이제야 간신히 40승(101패) 고지를 밟았다. 시즌 승률은 0.284로 MLB 전체에서 독보적인 최하위다.
올해 콜로라도 투수진은 팀 평균자책점 5.97에 피안타율 0.298로 두 부문 모두 MLB 3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샌디에이고 타선이 공략하지 못하면 안되는 수준이었음에도 무득점에 그친 셈이다.

사실 올해 샌디에이고 타선의 화력은 기대 이하다. 팀 타율(0.251)은 NL 5위를 달리지만, 팀OPS가 0.705로 10위에 불과하고 팀 득점(592득점)은 13위다. 14위가 콜로라도(533득점)니까 고작 한 등수 차이다.
문제는 이런 타선을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는 것이다. 현재 샌디에이고 로스터 기준으로 타자들 대부분은 고액 연봉자들로 구성돼 있다. 2023시즌을 앞두고 11년 3억 5,000만 달러(약 4,863억 원)의 연장 계약을 맺은 마차도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14년 3억 4,000만 달러(약 4,724억 원)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내년부터 9년 1억 3,500만 달러(약 1,876억 원)의 계약이 시작하는 잭슨 메릴까지 1억 달러 넘는 계약을 맺은 선수만 3명이다.

여기에 7년 8,000만 달러(약 1,112억 원)의 계약이 진행 중인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있다. 아울러 장기 계약은 아니나 연봉 조정 등의 단년 계약으로 큰돈을 받는 루이스 아라에스(1,400만 달러), 트레이드로 데려온 오헌(800만 달러)과 라몬 로레아노(400만 달러) 등도 있다.
이들의 연봉을 전부 합산하면 약 9억 3,000만 달러를 뛰어넘는다. 한화로 1조 2,922억 원이다. 심지어 부상으로 이탈해 이날 경기를 못 뛴 잰더 보가츠의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891억 원)를 합산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이런 투자에도 지지부진한 공격력이 발목을 잡으며 NL 서부지구 선두 LA 다저스만 웃는다. 다저스 역시 최근 4연패에 빠지며 시즌 성적이 78승 63패(승률 0.553)에 머무르고 있지만, 샌디에이고도 5연패에 빠진 덕에 2경기 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