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프로 진출 '대신 '미국 유학'? 독특한 이력 지닌 키아나 스미스 동문 '日 최고 슈터' 콘노 노리카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인생을 찾는 것처럼, 내가 농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서 미국으로 갔다"
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BNK금융 박신자컵 준결승전. 일본의 강호 덴소 아이리스는 스페인의 명문 구단 사라고사와 경기를 펼쳤다. 사라고사는 조별 예선에서 지난 2024~25시즌 일본 W리그 우승 팀 후지쯔 레드웨이브를 80-67로 꺾을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다.
피지컬 열세에도 불구하고 덴소는 강한 압박과 빠른 스피드로 사라고사를 공략했다. 이들은 2쿼터까지 열세였으나 3쿼터, 기어코 역전에 성공한 뒤 리드를 유지해 70-6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의 중심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3&D 포워드 콘노 노리카가 있다. 콘노는 23분 35초를 뛰며 4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 2스틸을 기록했다. 본인의 장기인 외곽슛은 1개를 시도해 성공시키지 못했으나 수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유럽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힘과 운동 능력으로 상대 180cm 이상의 선수들을 모두 막아냈다.
경기 후 노리카는 "시즌 끝나고 팀 체제가 많이 바뀐 부분이 있는데 적응할 수 있어 좋다"라며 "개인적으로는 게임 체력이 늘어나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 시즌이랑 많이 다르고 플레이오프 느낌이 난다"라며 "지면 바로 끝나는 토너먼트를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리카는 일본의 평범한 선수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일반적인 선수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프로 무대 혹은 일본 대학에서 실력을 갈고닦지만, 그는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루이빌대학에 진학했다.

노리카는 "미국으로 간 계기는 2가지가 있었다"며 "하나는 어렸을 때 미국 농구를 보면서 일본이랑 많은 차이가 있어 호기심을 느꼈고, 미국에서 해보고 싶어서 도전을 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2번째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 농구 선수로서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일본에서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데, 미국에 가면 제로 베이스다. 얼마나 힘들 때 어느 정도 열심히 할 수 있는지, 힘들 때 내가 농구를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인생을 찾는 것처럼 그런 부분을 찾고 싶어서 미국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루이빌대학에는 WKBL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에서 활약하는 키아나 스미스가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노리카는 키아나에 대해 "인간적으로 봤을 때는 정말 친절하고 믿음직하고 언니 같은 사람"이라며 "코트 위에서는 능력이 엄청 좋았고, 주전 멤버로 뛰면서 팀을 살리는 플레이를 했던 선수"로 평가했다. 이어 "키아나가 농구적인 조언도 많이 해줘서 이런 타이밍에 키아나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또 노리카는 키아나가 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냐고 기자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다. 부상이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일본에 있다는 말을 듣자 "지난해 삼성생명이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왔을 때 만났고, 올해도 만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언젠가 경기를 하다보면 아시아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아시아에서 만나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키아나와의 재회를 바랐다.

노리카는 미국 생활을 바탕으로 덴소의 주축으로 올라선 뒤 지난 7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2025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일본 대표팀 주전 선수로 활약했다. 당시 그는 6경기에 나서 평균 7.8득점 2.8리바운드 2.2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7.5%를 기록했다. 마치 남자 농구 유기상(창원 LG 세이커스)을 보는 듯한 깔끔한 슛 터치와 폼으로 아시아 최고 슈터가 새롭게 탄생했음을 알렸다.
노리카는 "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라며 "지난해 덴소에서는 4번 포지션으로 활약했는데 대표팀에선 2, 3번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며 "이런 경험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대표팀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노리카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탑 플레이어로 올라서서 국가대표를 계속하고 싶다"는 높은 목표와 단단한 각오를 이야기했다.
사진=이정엽 기자, 게티이미지코리아,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