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일치 갑! '볼넷 주느니 홈런이 낫다'던 前 롯데 외인 투수, 마이너리그 피홈런 1위-9이닝당 볼넷 최소 1위 '진기록'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야구에서는 흔히 '볼넷을 내주느니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낫다"라는 말이 있다.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애런 윌커슨은 한술 더 떠서 "볼넷보다 비거리 8,000m 홈런을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싸움닭 기질이 강하다. 볼넷을 죽도록 싫어하는 그의 성향은 성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23년 7월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 선수로 KBO리그 무대에 입성한 그는 남은 시즌 13경기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9이닝당 볼넷 2.26개(76⅔이닝 20볼넷)의 안정감 있는 투구로 새로운 리그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윌커슨은 KBO리그 2년 차였던 2024년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승수, 이닝 소화 능력(196⅔이닝)은 뛰어났지만, 떨어진 구속과 구위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다 보니 피안타율(0.223→0.270), 피장타율(0.317→0.394), 9이닝당 피홈런(0.34→0.82) 등 대부분의 지표가 높아졌다.
다만 9이닝당 볼넷은 오히려 2.26개에서 1.24개로 크게 줄었다. 2023년보다 117이닝을 더 소화하며 피홈런 15개가 늘었지만, 볼넷은 7개밖에 늘지 않았다. 볼넷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윌커슨의 성향이 반영된 기록이었다.

롯데와 재계약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윌커슨은 올해 '볼넷보다는 피홈런이 낫다'를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트리플A 26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해 6승 3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 중이다. 윌커슨은 총 26개의 홈런을 맞았는데, 이는 인터내셔널 리그뿐만 아니라 퍼시픽 코스트 리그까지 통틀어 전체 공동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반면 138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은 단 28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9이닝당 볼넷 1.83개는 인터내셔널리그 최소 1위다. 삼진/볼넷 비율(K/BB) 역시 3.75로 리그 1위의 준수한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1989년생으로 36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윌커슨의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89.4마일(약 143.9km)에 불과하다. 타자를 찍어 누를 불같은 강속구는 없어도 볼넷을 주느니 차라리 맞는 게 낫다는 승부욕만큼은 여전하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