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로열 앤트워프, 처음이 아니었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 “16년간 32명의 유망주가 임대됐었다”

[SPORTALKOREA] 민진홍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Manchester United FC)와 벨기에 로열 앤트워프(Royal Antwerp FC)의 관계는 단순한 선수 임대를 넘어선 ‘축구적 동반자 관계’였다. 1998년 첫 임대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무려 16년간 이어진 협력 속에서, 32명의 맨유 유망주들이 앤트워프에서 성인 무대를 경험하며 성장했다. 이는 단순한 전술적 파견을 넘어 선수 인성과 커리어 형성에 큰 영향을 남겼다.
협력의 시작, ‘우연한 만남’에서

1990년대 중반, 당시 앤트워프 회장이 마드리드에서 열린 만찬에서 맨유 이사 모리스 왓킨스를 만난 것이 출발점이었다. 논의는 원래 비EU 선수들의 워크 퍼밋 문제에서 시작됐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성인 축구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라 판단했다. 이후 맨유는 매년 유망주들을 앤트워프로 보내며 본격적인 협력이 이어졌다.
선수들의 성장 무대, ‘소년에서 남자로’

맨유 수비수 출신 존 오셰이(John O'Shea)는 “앤트워프에서의 경험은 제 경력의 시작점이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더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다니 히긴보텀(Daniel John Higginbotham), 루크 채드윅(Luke Harry Chadwick), 프레이저 캠벨(Fraizer Campbell), 조니 에반스(Jonny Evans), 대런 깁슨(Darron Gibson), 대니 심슨(Danny Simpson), 필 바슬리(Phil Bardsley) 등은 모두 앤트워프에서 첫 팀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다.
윙어 리 마틴(Lee Robert Martin)은 “리저브 팀과 달리 6~7천 명의 팬 앞에서 뛰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진짜 프로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단순한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며 성숙해지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와 팬들의 사랑

젊은 선수들이 현지에서 겪은 좌충우돌 일화도 많았다. 프레이저 캠벨은 “조니 에반스, 대런 깁슨, 대니 심슨과 함께 장난으로 물풍선을 던지다 매니저에게 혼난 적도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마저도 선수들의 성장을 이끄는 발판이었다.
앤트워프 팬들은 이들 유망주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히긴보텀과 캠벨은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심지어 존 오셰이와 라이언 쇼크로스(Ryan Shawcross) 같은 선수들도 팬들의 마음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퍼거슨 감독의 신뢰, 앤트워프의 자부심

퍼거슨(Alex Ferguson) 감독은 이 관계를 매우 중시했다. 2005년 앤트워프 창단 125주년 기념 경기에는 맨유 1군 전체를 이끌고 원정을 떠나 6-1 승리를 거뒀다. 이는 앤트워프 역사에서 손꼽히는 경기로 남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축구 산업 구조가 바뀌었고, 협력 관계는 2014년 다비데 페트루치(Davide Petrucci)의 임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앤트워프는 커리어의 출발점”

앤트워프 구단 관계자였던 폴 비스티옥스는 “존 오셰이가 벨기에 TV에서 ‘앤트워프에서의 시간이 자신의 프로 커리어 출발점이었다’고 말했을 때 감격스러웠다. 이것이야말로 협력의 진정한 의미”라고 회고했다.
16년간 이어진 맨유와 로열 앤트워프의 협력은 단순한 임대 비즈니스가 아니라, 유망주를 성장시킨 인큐베이터이자 양 구단이 남긴 귀중한 유산이었다. 오늘날 그 제도는 사라졌지만, 앤트워프에서 단련된 수많은 이름들이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가치를 증명한다.
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