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잘 헤어졌다! ‘역전승’ 애틀랜타는 환한 미소, 앓던 이 빠진 탬파베이는 6연승…‘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SPORTALKOREA] 한휘 기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로 공리주의의 기틀을 다진 사상가 제러미 벤담이 살아있었다면,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탬파베이 레이스를 떠난 이후 상황을 보고 아주 흐뭇해 했으리라.
김하성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7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7회 초 세 번째 타석이 ‘하이라이트’였다. 2사 1, 3루에서 드루 포머랜츠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스리런 홈런(시즌 3호)을 터뜨렸다. 비거리 391피트(약 119.1m)에 타구 속도는 무려 108.5마일(약 174.6km)이 기록됐다.

5회까지 득점은커녕 안타 하나도 못 치던 애틀랜타는 이 홈런 한 방으로 0-1 스코어를 3-1로 뒤집었다. 결국 김하성의 홈런이 결승타가 되며 5-1로 애틀랜타가 역전승을 거뒀다.
심지어 이 홈런은 애틀랜타 유격수가 올해 처음으로 쳐낸 홈런이었다. 애틀랜타는 지난해까지 주전 유격수였던 올랜도 아르시아가 부진 끝에 팀을 떠났고, 그 자리를 꿰찬 닉 앨런은 좋은 수비와 달리 타격은 처참했다.
애틀랜타 유격수의 마지막 홈런은 지난해 9월 21일 아르시아가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쳐낸 것이다. 그로부터 무려 348일 동안 홈런이 없었는데, 김하성이 침묵을 깨고 애틀랜타의 굴욕을 지워버렸다.
그간 유격수들의 빈공에 시달리던 애틀랜타는 김하성의 활약에 ‘축제 분위기’가 됐다. SNS 등지에서도 호평이 이어진다. 한 팬은 “2025 애틀랜타의 김하성”이라며 허름한 집에 고급 승용차가 주차된 사진을 올렸다. 올 시즌 부진에 빠진 애틀랜타지만, 김하성은 수준 높은 선수라는 의미다.

김하성 본인도 반전의 계기를 제대로 마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 달러(약 399억 원)에 계약한 김하성은 시즌 후 ‘옵트 아웃(선수가 계약을 중도 해지)’이 가능해 재차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24경기 타율 0.214(84타수 18안타) 2홈런 5타점 6도루 OPS 0.612로 부진했다. 여기에 허리 통증으로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을 드나들었다. 탬파베이 구단 역사상 야수 최고액 계약이었지만, ‘재앙 계약’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결국 ‘특급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정착하며 김하성의 자리를 지웠고, 지난 1일 웨이버 공시되는 굴욕을 겪었다. 그런데 애틀랜타의 클레임을 받아 이적하자마자 펄펄 날면서 그간의 박평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

김하성이 팀을 떠나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정작 탬파베이도 분위기가 좋다. 팀 최고 연봉자임에도 부진에 시달리던 김하성이 이탈한 뒤 오히려 앓던 이가 빠진 듯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탬파베이는 이날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경기에서 9-4로 이기며 3연전을 ‘스윕’으로 마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연승 행진이 어느새 6경기로 늘어났다. 시즌 성적은 70승 69패(승률 0.504)다.
6월 한때 아메리칸리그(AL) 승률 1위를 넘보던 탬파베이는 공교롭게도 김하성이 합류한 이후 불펜이 무너지고 타선의 기복이 심해지는 가운데 급격한 추락을 겪었다. 8월까지도 살아나지 못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최근 6연승 덕에 AL 와일드카드 3위 시애틀(73승 67패)과의 격차가 2경기 반으로 줄며 희망이 되살아났다. 김하성이 사라졌으나 그만큼 연봉 부담도 줄었다. 윌리엄스나 리치 팔라시오스, 트리스탄 그레이 등 대체 선수들의 경기력도 나쁜 편이 아니라 공백이 크지 않다.
결국 이별 한 번에 김하성과 애틀랜타, 탬파베이 셋 모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 좋은 흐름이 끝까지 이어질지도 지켜 봄 직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