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는 내 자리’ 고집하던 데버스, 동료 퇴장 틈타 본업 복귀→글러브까지 빌려 ‘열정 수비’...일일 아르바이트에도 ‘싱글벙…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라파엘 데버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일일 아르바이트를 통해 소원을 이뤘다.
데버스는 지난 3일(한국시간) ‘본업’ 3루로 깜짝 복귀했다.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경기 1회, 데버스가 시즌 30호를 날렸다. 그는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모습을 잠시 지켜본 뒤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이때 콜로라도 선발 카일 프리랜드가 데버스를 향해 욕설이 섞인 고함을 질렀고 이를 들은 데버스도 맞대응했다.
고성이 오가자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이 뛰쳐나와 벤치클리어링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콜로라도 선발 프리랜드, 샌프란시스코 주전 3루수 맷 채프먼이 퇴장당했다.
순식간에 내야에 구멍이 뚫린 샌프란시스코는 도미닉 스미스를 1루수, 케이시 슈미트를 2루수로 기용했다. 이어 데버스를 3루수로 옮겼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데버스는 채프먼이 빌려준 글러브로 즉시 3루에 투입됐다. 데버스의 3루 수비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지만 의외의 안정감을 보여주며 팀에 안정감을 선사했다.
실제로 그는 3루수로 나선 순간부터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타구 판단에서 급히 몸을 날리거나 불안한 송구가 전혀 없었고, 원바운드 처리와 포구 동작도 부드러웠다.
현지 매체 'SFGate'는 “데버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이후 처음으로 3루로 복귀했다”며 황급히 대체 투입된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 없이 수비를 해냈다고 전했다.

데버스의 3루 수비는 보스턴 시절의 갈등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겨울 구단이 골드글러버 출신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하면서 3루 수비 이슈가 불거졌다. 당시 3루수였던 데버스는 포지션 변경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3루수는 내 포지션”이라며 “내가 그동안 뛰어온 자리”라고 강조했다.
포지션 전환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결국 지난 6월 데버스의 샌프란시스코행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당시 여러 현지 매체는 “브레그먼을 위해 3루를 비켜 달라는 구상에 데버스가 반발했고, 그것이 결별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보스턴에서 어긋난 3루 수비의 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룰 수 있었다. 비록 하루 만에 1루로 돌아갔지만, 한 경기에서의 3루 수비는 데버스에게 충분히 달콤했다.
데버스는 4일 경기에서 다시 1루수로 돌아왔다. 2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전날 시즌 30호 홈런으로 3경기 연속포 흐름을 이어가던 장타 행진은 멈췄지만, 타격감은 여전했다. 3회 1사 1·3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려 1-0 리드를 2-0으로 넓혔고,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3방의 홈런을 보태 10-8로 승리했다.

데버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25경기에서 타율 0.202(89타수 18안타), OPS 0.656에 머물렀다. 특히 홈런은 2개, 타점은 10개에 불과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전혀 다르다. 데버스는 지난 15경기 타율 0.309(55타수 17안타) 6홈런 15타점, 최근 7경기는 타율 0.345(29타수 10안타) 3홈런 8타점으로 완전히 살아났다.
팀 성적도 데버스의 부활과 함께 상승세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엔 하락세 속에 승률 5할 아래까지 밀리며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7월 트레이드 마감일에도 눈에 띄는 보강 없이 ‘내부 자원’ 카드에 무게를 두면서 사실상 가을야구를 접은 듯한 기류가 돌았다. 그랬던 샌프란시스코가 콜로라도 원정 스윕으로 최근 11경기 10승을 쓸어 담으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데버스의 남은 임무는 ‘본업’이든 ‘일일 아르바이트’이든 맡은 포지션에서 흔들림 없이 소화하며 가을 무대까지 팀을 이끄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