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즈, 와이스, 이도윤, 이번에는 하영민까지…도 넘은 사이버 폭력에 선수협 나선다 “법적 대응 고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야구 선수들의 SNS를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이 이어지면서 단체 차원에서의 대응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4일 “지난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SNS 피해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라고 알렸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가늠하고 선수협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총 163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피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생하고 있었다. 댓글이나 DM의 경우가 61%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가족 및 지인 계정에도 12%를 나타내는 등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피해 사례는 전체 중 73%에 육박했다.
피해 발생 시기는 응원 구단이 경기에서 지거나 선수가 실책을 범한 직후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56%) 특정 상황을 가리지 않고 시즌 내내 이어진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피해 대상은 선수 본인(49%)은 물론 부모님(31%)이나 배우자 및 여자 친구(13%)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며 가해 유형은 경기력 비난(39%) 외에도 가족이나 지인을 대상으로 비방하는 경우(29%)도 많았다.
특히 이 중 살해 협박, 성희롱, 고인(가족) 모독, 스토킹·주거 침입 등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 임계치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선수협회는 판단하고 있다.
SNS의 피해 사례는 선수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36%)하고 있었으며, 이는 경기력 저하(14%), 수면·식욕 저하(11%)로 이어지기도 하고 특히 이 중 은퇴나 이적까지 고려하는 사례도 4%에 달해 SNS 피해는 프로야구선수 커리어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선수들은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무시·감수(39%), 차단·댓글 신고(28%), 댓글·DM 제한 등 대부분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피해 선수 중 과반이 넘는 선수(55%)들이 선수협회 차원의 대응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라이언 와이스나 삼성 라이온즈 르윈 디아즈는 본인이나 가족이 SNS를 통해 피해를 입고 있음을 호소한 바 있다. 지난 17일에는 한화 이도윤의 가족 계정에 한 팬이 비난을 퍼붓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키움 히어로즈 하영민이 호투를 펼친 뒤 SNS를 통해 “아무도 네가 잘 던지는 걸 원치 않는다”라며 욕설이 섞인 DM을 받았다. 하영민은 해당 DM을 ‘스토리’ 기능을 통해 공유했다가 금방 삭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수협은 이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사이버 폭력 행위를 벌이는 이들을 더 이상 프로야구 팬이 아닌, 프로야구 팬을 사칭한 준 범죄자로 간주해 관용 없이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선수협은 피해 선수들을 대리해 법적 절차(형사고소·법적소송 등)를 진행하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SNS 피해 발생 상황에 대한 프로토콜 및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선수단에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선수협회 장동철 사무총장은 “SNS 등에서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비상식적인 언어폭력이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의 발언이나 상대의 프로필을 캡처하는 등 증거 수집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50%를 넘는 상황”이라며, “SNS상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는 무엇보다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내용들을 아우르는 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전체 선수단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제공, 르윈 디아즈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이도윤 가족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