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살 칠 생각이었는데” 홈런을 쳐버렸다! ‘물 젖은 화약’ 터뜨린 노시환의 대포 두 방…전 경기 출장 투혼→33년 만의 대기…

[SPORTALKOREA] 한휘 기자= ‘물 젖은 화약’이라는 악평에 시달리던 한화 이글스 타선을 깨운 것은 결국 ‘4번 타자’ 노시환이었다.
노시환은 지난 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4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2홈런) 2사사구 4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첫 두 타석에서 투수 땅볼과 볼넷을 기록한 노시환은 5회 말 3번째 타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직전에 나온 문현빈의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이 된 가운데, 1사 1, 2루 기회를 넘겨 받은 노시환은 KIA 선발 투수 김도현의 초구 슬라이더를 통타했다.
우중간으로 큼지막하게 뻗은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한화의 역전을 알리는 시즌 26호 스리런 홈런이 터졌다. 노시환의 홈런으로 깨어난 한화 타선은 3점을 더해 5회를 7득점 ‘빅이닝’으로 만들었다.
6회에는 한재승을 상대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김태연의 적시 2루타로 홈을 밟았다. 그리고 7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서 다시 대포를 가동했다. 김태형의 2구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넘겨버린 것. 시즌 27호 솔로 홈런이었다.
노시환은 8회 말 대타 박정현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노시환의 홈런 두 방으로 잠잠하던 한화 타선에 불이 붙었고, 무려 21-3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1경기 21득점은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6월 25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 22-5 승리 이후 최다 기록이다.

올해 노시환은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4월 한 달간 홈런 7개를 터뜨리며 맹타를 휘둘렀으나 이후 기복에 시달렸다. 7월 이후 그나마 반등하긴 했으나 여전히 ‘4번 타자’의 기대치를 충족하진 못했다. 지난달 말에는 채은성과 루이스 리베라토가 동반 이탈하는 악재도 겹치며 부담이 더 커졌다.
안 그래도 노시환의 체력적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차였다. 노시환은 한화에서 유일하게 125경기 ‘전 경기 출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딱 1경기를 제외하면 전부 3루수로 뛰었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비 이닝(1,098⅔이닝)을 소화했다.

자연스레 공수 양면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노시환은 지난주 침체된 한화 타선에서 그나마 제 역할을 하더니, 이번 주 시작부터 홈런 2개를 터뜨리며 잠자던 팀을 깨웠다. 결장하는 사이 타선이 침체돼 맘고생에 시달리던 주장 채은성은 진한 포옹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노시환의 반등에는 탄탄한 ‘마인드 셋’이 있었다. 노시환은 올해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17개의 병살타를 기록 중이다.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유독 부진했다. 4번 타자에게 기대할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노시환은 이날 경기 종료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최근 병살타가 많았다. 병살타를 안 치려고 하니까 병살이 나오더라”라며 “생각을 바꿔서 병살을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더니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라고 밝혔다. 평범한 ‘멘탈’에서는 나오기 힘든 ‘역발상’이다.
아울러 “(김경문) 감독님이 (방망이가) 잘 안 맞을 때 조언을 종종 해주신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됐는데, 조금씩 어떤 이야기인지 느껴지고 있다”라고 코칭스태프의 지원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시즌 71승(3무 51패)째를 올렸다. 선두 LG 트윈스(77승 3무 46패)와는 여전히 5경기 반 차. 선두 경쟁은 쉽지 않은 분위기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매우 유력하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노시환이 살아나면 살아날수록 한화의 가을이 길어질 것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