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세세세세세세세세세세’ 공 5개로 경기 끝! 쿠바 특급은 멈출 줄을 모른다…‘0점대 ERA’도 눈앞

[SPORTALKOREA] 한휘 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쿠바 특급’은 37세의 나이에도 건재하다 못해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 경기에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6-4로 앞선 9회 말 등판한 채프먼은 첫 타자 존켄시 노엘을 초구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브라이언 로키오를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스티븐 콴을 초구에 좌익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공 5개만 던지고 경기를 매듭지었다.
이 세이브로 채프먼의 연속 세이브 성공 기록은 11경기로 늘어났다. 올 시즌 성적은 59경기 54이닝 4승 2패 28세이브(2블론) 4홀드 평균자책점 1.00 76탈삼진이다. 아메리칸리그(AL) 세이브 순위 4위를 달린다.
가히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AL에서 10세이브 이상 수확한 모든 선수 가운데 채프먼의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이 분위기라면 AL 최고의 마무리 투수에게 주어지는 마리아노 리베라 상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그나마 위협적인 경쟁자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마무리 투수 안드레스 무뇨스. 55경기 53⅓이닝 3승 2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로 채프먼보다 세이브가 더 많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 하지만 블론세이브가 7개로 많은 편이라 채프먼을 넘긴 힘들어 보인다.

이런 활약을 펼치는 채프먼은 올해로 37세를 맞이한 노장이다. 젊은 시절 신시내티 레즈를 시작으로 시카고 컵스, 뉴욕 양키스를 거치며 ‘쿠바 특급’으로 불리던 그 때의 모습을 늦은 나이에 다시 선보이고 있다.
채프먼이 30세이브 이상 달성하고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것은 3번 있었고, 양키스와 컵스에서 뛴 2016시즌(59경기 4승 1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55)이 마지막이다. 올 시즌을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치면 무려 9년 만이다.


물론 그 사이에도 채프먼은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양키스 시절이던 2019시즌에는 평균자책점 2.21에 세이브 37개를 올려 리베라 상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노쇠화를 피하지 못했는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싱킹 패스트볼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약체 피츠버그에서 68경기 5승 5패 14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3.79로 선전했다. 부활의 가능성을 본 보스턴은 1년 1,075만 달러(약 150억 원)에 채프먼을 데려와 LA 에인절스로 떠난 켄리 잰슨의 공백을 메웠다.

그리고 채프먼은 올해 4년 만에 다시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데뷔 후 최고라고 불러도 모자람 없는 한 해를 보인다. 특히 데뷔 후 9이닝당 볼넷(BB/9) 지표가 데뷔 후 3~5개 정도에서 머물렀는데, 올해는 2.33개로 떨어졌을 만큼 제구가 좋아진 것이 반등의 원동력이 됐다.
통산 363세이브로 이 부문 현역 3위를 달리는 채프먼은 역사상 9번째 400세이브도 도전한다. 지난해까지는 쉽지 않아 보였으나 올해 부활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빠르면 내년 시즌에라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0점대 평균자책점에도 도전한다. 21세기 AL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과 30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단 5명 뿐인데, 어쩌면 채프먼이 그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