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부상·부상→대흉작’ 첫 단추부터 잘못 낀 키움의 외국인 선수 선발…‘경력직’ 포기한 도박, 확률이 너무 낮았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결국 시즌 시작 당시 함께 한 외국인 선수들이 단 한 명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키움 구단은 지난 1일 “루벤 카디네스가 8월 14일 SSG 랜더스전에서 주루 플레이 중 상대 송구에 왼쪽 새끼손가락을 맞은 뒤 통증이 지속돼 병원 검진을 받았다”라며 “검진 결과 새끼손가락 근위지절부위 미세 골절이 확인됐다”라고 알렸다.
이에 따라 카디네스는 이날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예상 회복 기간은 약 3주. 회복 후 실전 감각을 끌어 올려야 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올 시즌 내로 돌아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렇게 되면서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3명의 외국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게 됐다. 이미 야시엘 푸이그와 케니 로젠버그는 팀을 떠난 가운데, 부상으로 한 차례 자리를 비웠던 카디네스마저 재차 선수단을 이탈한다.
올해 키움의 외국인 선수 영입 기조는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일단 검증된 ‘경력직’ 선수들을 전부 포기했다. 지난해 키움은 아리엘 후라도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원투펀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팀 순위는 최하위였으나 이 둘이 버티는 선발진은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저번 겨울에 키움은 이 둘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보류권도 풀었다. 다음 시즌에도 믿고 맡길 만한 선수를 단 한 명도 붙잡지 않았다. 결국 후라도는 삼성 라이온즈, 헤이수스는 KT 위즈로 이적했다.
연봉 부담이 원인 아니냐는 추측이 줄을 이었다. 2024시즌 후라도는 130만 달러, 헤이수스는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좋은 활약을 펼친 만큼 연봉이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키움 구단이 이를 부담스럽게 여겼다는 것이다.

이후 영입 기조를 보면 이 추측이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키움은 헤이수스를 포기한 뒤 기교파 좌완 투수인 로젠버그를 영입했다. 계약 총액은 80만 달러. 지난해 헤이수스가 받은 것과 같은 금액이다.
키움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로젠버그를 영입한 날 푸이그와 카디네스의 입단도 동시에 발표하며 외국인 타자 2명을 기용한 것이다. 키움 구단은 당시 “공격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모였다. 팀의 방향성과 외국인 선수 영입 방침, 젊은 선수들의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률 낮은 도박은 실패로 귀결됐다다. KBO리그에서 시즌 시작부터 외국인 타자 2명을 쓰는 구단이 없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났다. ‘에이스’ 2명이 빠진 마운드부터 급격히 흔들렸다. 올해 키움의 팀 평균자책점은 5.53으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5점대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아 다른 투수들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이를 통해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로젠버그마저 고관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일찍 이탈했다.

그렇다고 영입한 타자들이 잘한 것도 아니다. 영입 당시부터 노쇠화 우려를 달고 있던 푸이그는 타율 0.212 6홈런 20타점 OPS 0.625로 부진하며 40경기만 뛰고 방출당했다. 카디네스도 86경기 타율 0.253 7홈런 42타점 OPS 0.702로 ‘낙제점’이다.
이러니 외국인 타자 2명을 영입한 것이 무색하게 팀 OPS도 최하위(0.664)로 처졌다. 뒤늦게 푸이그를 방출한 자리에 라울 알칸타라를 영입하며 투수 2명 체제로 회귀했지만, 이럴 거면 애초에 후라도와 헤이수스를 전부 내보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키움은 올해 여러 풍파에 휘말렸다. 홍원기 전 감독과 고형욱 전 단장 경질 과정의 석연치 않은 부분, 안우진 부상 관련 논란, 이장석 전 대표이사 관련 논란 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외국인 선수에 관한 이해하기 힘든 행보도 올해 키움의 ‘오락가락’ 운영을 보여주는 일면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