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KKKKKKK’ 125년 역사상 5위라니, ‘금강벌괴’가 결국 해냈다! 그 무엇보다 빛난 42세 노장의 121구 투혼

[SPORTALKOREA] 한휘 기자= 그 무엇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빛났던 만 42세 저스틴 벌랜더(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투혼이었다.
벌랜더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서 5이닝 3피안타 4볼넷 10탈삼짐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많은 볼넷에서 보이듯 마냥 안정적인 등판은 아니었다. 1회부터 볼넷 2개로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콜튼 카우저를 삼진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2회에도 볼넷과 안타로 주자 2명이 나갔으나 점수로 연결되는 것은 막았다.
3회가 돼서야 처음으로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내지 않은 벌랜더는 4회를 ‘KKK’로 정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미 투구 수는 94개에 달했다. 교체돼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벌랜더는 5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많은 투구 수 탓인지 1사 후 볼넷과 안타를 연달아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거너 헨더슨을 6구 승부 끝에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더니 라이언 마운트캐슬을 4구 만에 절묘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직접 불을 껐다.
이닝 종료 시점에서 벌랜더의 투구 수는 121개.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운 벌랜더는 웃으면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타선이 모처럼 화끈한 화력으로 벌랜더를 지원하며 샌프란시스코는 12-3 대승을 거뒀고, 벌랜더도 시즌 3승(10패)째를 올렸다.

이닝 소화력이 워낙 좋아 ‘금강벌괴(금강불괴+벌랜더)’라는 별명이 있는 벌랜더는 MLB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투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549경기 3,532⅓이닝을 던지며 264승 157패 평균자책점 3.34 3,520탈삼진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쌓았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이던 2011년에는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을 달성하고 투수가 받기 힘들다는 MVP를 따냈다. 사이 영 상 수상 횟수도 3번이나 된다. 그야말로 21세기 초반을 풍미한 에이스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다만 나이는 어쩔 수 없는지 40줄에 접어든 2023시즌부터 페이스가 조금씩 꺾였다.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이 5점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벌랜더는 현역 연장 의사를 보였고,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에 합류했다.

하지만 한동안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였다. 첫 16경기에서 승리 없이 8패 평균자책점 4.99(79⅓이닝 49실점 44자책)로 부진했다. OptaStats에 따르면, 벌랜더는 올스타전이 시작된 1933년 이후 최소 65탈삼진이면서 0승으로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는 최초의 선발 투수가 됐다.
물론 타선이 유독 벌랜더를 돕지 않기도 했지만, 투구 내용이 좋은 건 아니라 벌랜더의 책임도 확연했다. 하지만 7월 2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고대하던 첫 승을 수확한 이후 조금씩 컨디션이 올라오는 모양새다.

벌랜더는 지난 2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6이닝 7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홈 첫 승리를 수확했다. 여기에 이번에 통산 350번째 등판을 승리 장식하며 상승세를 이어 간다. 올 시즌 성적은 24경기 121⅔이닝 3승 10패 평균자책점 4.29다.
이날 42세 192일의 나이로 10탈삼진을 기록한 벌랜더는 MLB 역사상 5번째로 많은 나이에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를 펼친 선수가 됐다. 벌랜더 위에는 놀란 라이언, 랜디 존슨, 게일로드 페리, 로저 클레멘스만이 존재한다.
아울러 통산 탈삼진 개수도 3,530개로 늘리며 이 부문 역대 8위인 페리(3,534개)를 바짝 쫓았다. 올 시즌 내로 페리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