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베테랑이 ‘21세기 단 5명’ 역사에 도전! ‘161.7km’ 강속구를 아직도 던지네…‘43타석 무피안타’ 진기록도 진…

[SPORTALKOREA] 한휘 기자= 37세의 나이에도 녹슬지 않는 ‘쿠바 특급’이 21세기 아메리칸리그(AL)에서 단 5명 만이 달성한 ‘역사’에 도전한다.
보스턴 레드삭스 아롤디스 채프먼은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홈 경기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세이브를 챙겼다.

채프먼은 팀이 5-2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캠 더베이니를 5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이어 재러드 트리올로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았다. 그리고 대타 리오버 페게로를 6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페게로를 삼진으로 잡은 싱킹 패스트볼은 시속 100.5마일(약 161.7km)이 기록됐다. 여전한 강속구를 뿌린 채프먼의 올 시즌 성적은 58경기 53이닝 4승 2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1.02가 됐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이지만, 올 시즌 전까지 채프먼이 이렇게 극적으로 반등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금의 채프먼은 전성기를 지나 37세의 노장 반열에 든 선수다. 완만한 하락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물론 전성기 기량은 빼어났다. 쿠바에서 망명해 온 채프먼은 2010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MLB 데뷔에 성공했고, 2012시즌 마무리 투수로 정착한 뒤 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발돋움했다. 2016년에는 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타파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해 뒷문을 책임졌지만, 2020년대 들어 성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특히 2022시즌에는 43경기 4승 4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으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전성기가 끝났다는 악평에 시달렸다.
이 시즌을 끝으로 양키스와 결별한 채프먼은 2023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중간 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다. 텍사스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으나 공헌도가 엄청 큰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피츠버그에서 활약했다.

채프먼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1년 1,075만 달러(약 150억 원)에 계약했다. 베테랑 마무리 켄리 잰슨이 LA 에인절스로 이적하며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영입이었지만, 기대치가 크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성기처럼 시속 105~106마일(약 168~170km)이라는 ‘초광속구’는 못 던지지만, 여전히 시속 100마일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점은 제구다. 채프먼은 9이닝당 볼넷(BB/9) 지표가 데뷔 후 3~5개 정도에서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5.7개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는 2.4개로 데뷔 후 가장 훌륭한 수준이다. 빼어난 구위에 깔끔한 제구가 더해지니 못 던질 수가 없는 셈이다.

아울러 채프먼은 지난 7월 2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부터 시작된 연속 타석 무피안타 기록도 어느덧 43타석까지 늘렸다. 보스턴 구단 역사상 최고 기록도 갈아 치웠다.
평균자책점이 1.02로 떨어지며 채프먼은 또 다른 기록에도 도전한다. 바로 0점대 평균자책점과 30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21세기 AL에서 단 5명 만이 달성해 본 진기록이다.
2006년 조너선 파펠본(보스턴)을 시작으로 2012년 페르난도 로드니(탬파베이 레이스), 2016년 잭 브리튼(볼티모어 오리올스), 2018년 블레이크 트라이넨(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계보를 이었다. 지난해 엠마누엘 클라세(클리블랜드 가디언스)도 달성한 가운데, 채프먼이 늦은 나이에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도 눈길이 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