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자는 나가라!” 1002억 주고 방화범 영입한 다저스…‘안타-안타-스리런’ 야마모토 승리 증발, 벌써 8번째 블론세이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 정도면 올 시즌 LA 다저스가 단행한 ‘최악의 투자’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다.
LA 다저스 태너 스캇은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출격했으나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스캇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뒤를 이어 8회 초 마운드에 섰다. 야마모토의 호투와 다저스 타선의 적절한 득점 지원으로 4-1로 앞선 상황. ‘셋업맨’ 역할을 무난히 하는 것이 스캇의 임무였건만, 결과는 실패였다.
2아웃은 잘 잡았다. 그런데 헤랄도 페르도모와 케텔 마르테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주자를 쌓았다. 그리고 코빈 캐롤에게 던진 3구 시속 97.4마일(약 156.8km) 패스트볼이 다소 가운데로 몰렸고, 캐롤은 놓치지 않고 통타했다. 좌중간 담장을 넘는 스리런 홈런(29호)이 됐다.
순식간에 경기는 4-4 동점이 됐다. 야마모토의 시즌 11승도 날아갔다. 스캇은 블레이즈 알렉산더에게 볼넷을 주고 계속해서 흔들렸으나 그나마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불이 번지는 것은 막았다.
다행히 다저스는 5-4로 이기며 시리즈 스윕패는 면했다. 9회 말 윌 스미스가 대타 솔로포(17호)로 팀을 구했다. 하지만 만약 다저스가 졌다면 스캇은 그야말로 ‘만고의 역적’이 될 뻔했다.

‘좌완 파이어볼러’ 스캇은 2017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데뷔했다. 한동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2023시즌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잠재력을 터뜨리고 리그 최고의 구원 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시즌 도중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해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2024시즌까지 스캇의 통산 성적은 383경기 31승 24패 55세이브 67홀드 평균자책점 3.56이다. 마지막 2시즌만 따로 놓고 보면 146경기 150이닝 18승 11패 34세이브 35홀드 평균자책점 2.04로 특출나다.
스캇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다. 불펜 보강을 노리던 다저스가 4년 총액 7,200만 달러(약 1,002억 원)라는 거액을 선사했다. 여기에 다른 필승조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스캇은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기복이 너무 심했다. 4월에는 ‘철벽’이었으나 5월에는 난타당했고, 6월에 다시 호투했으나 7월 들어 또 무너졌다. 전반기에만 블론세이브를 7번이나 저질렀는데, 다저스 마무리 투수의 전반기 ‘7블론’은 2000년 제프 쇼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팔뚝 부상으로 7월 말 부상자 명단(IL)에 등재됐다. 한 달 정도 공백기를 가진 후 지난 25일 친정팀 샌디에이고와의 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이후 2경기 내리 실점하지 않으며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오늘 기어코 8번째 블론세이브를 저지르고 말았다.
올 시즌 스캇의 성적은 50경기 48⅔이닝 1승 2패 20세이브(8블론) 8홀드 평균자책점 4.44다. 명색이 필승조라는 선수가 WPA(승리 확률 기여도) -0.31에 그친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기보다 해를 끼친 적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다저스 팬들도 화가 잔뜩 났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스캇을 향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SNS 등지에서는 ‘라이벌’ 샌디에이고에서 이적해 온 점을 들어 “첩자는 나가라”, “그는 언제나 파드리스 선수였다” 등의 날선 반응이 이어졌다.
스캇이 부진한 탓에 다저스는 시즌 내내 ‘불펜난’에 시달려야 했다. 부상자들이 속속 돌아온 이후로도 아직 완전히 안정을 찾진 못했다. 그런 와중에 돌아온 스캇이 재차 ‘불쇼’를 벌인 탓에 다저스는 이기고도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1,002억을 들여 ‘방화범’을 영입하는, 역대급으로 잘못된 투자를 했다는 평가를 받을 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