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우승 영웅→충격 방출’ 뷸러, 친정에 비수 꽂을까? 필라델피아와 계약 임박…‘빅 게임 피처’ DNA 보여주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부진 끝에 방출이라는 결말을 맞이한 워커 뷸러가 어쩌면 ‘친정팀’ LA 다저스에 비수를 꽂게 될지도 모른다.
현지 매체 ‘디애슬레틱’의 야구 전문 기자 맷 겔브는 1일(이하 한국시각) “필라델피아가 뷸러와의 계약에 합의했다”라며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 있으며, 2일 로스터 확대와 함께 등록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방출당하며 ‘자유의 몸’이 된 뷸러는 이틀 만에 새 팀을 구해 올해 남은 시즌을 보내게 됐다.

뷸러는 다저스 시절 팀의 젊은 에이스로 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22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뒤 커리어가 꼬였다. 2024시즌 복귀했으나 16경기 75⅓이닝 1승 6패 평균자책점 5.38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하지만 그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빅 게임 피처’의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디비전 시리즈까지는 부진했으나 뉴욕 메츠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와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 시리즈에서는 매 경기 호투를 펼치며 다저스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특히 월드 시리즈 3차전에서의 5이닝 무실점 호투에 이어 5차전에서 경기를 끝내는 세이브로 다저스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시리즈 MVP인 ‘윌리 메이스 상’은 프레디 프리먼이 가져갔지만, 뷸러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FA 자격을 얻은 뷸러를 붙잡지 않았다. 정규시즌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우승 영웅을 ‘토사구팽’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시장에 나온 뷸러는 보스턴과 1+1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뷸러는 다저스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말았다. 올해 보스턴에서 뷸러는 23경기(22선발) 112⅓이닝 7승 7패 평균자책점 5.45라는 끔찍한 성적을 내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불펜 강등 전 기준으로 뷸러는 ‘베이스볼 레퍼런스’가 측정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 -1.0을 기록했다. 10경기 이상 등판한 아메리칸리그(AL) 선발 투수 가운데 뒤에서 2위다. 100이닝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뷸러가 ‘최악’이었다.
여기에 ‘특급 유망주’ 페이턴 톨리의 MLB 합류가 결정되면서 자리를 비우기 위해 뷸러가 방출당했다. 올해 받는 돈은 연봉과 ‘바이아웃’ 보상금을 합쳐 2,105만 달러(약 293억 원)였으나 돈값은 전혀 못 한 셈이 됐다.

그런 뷸러에게 손을 내민 팀은 필라델피아다. 지난 8월 31일 기준 79승 57패(승률 0.581)라는 호성적으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는 필라델피아지만, 선발과 불펜을 막론하고 마운드에 약간의 불안감이 남아 있다.
불펜진은 시즌 내내 필라델피아의 고민거리였다. 호세 알바라도의 금지약물 징계와 조던 로마노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요안 두란과 데이비드 로버트슨을 영입해 공백을 메웠지만, 허리를 지탱할 ‘스윙맨’은 마땅히 없었다.

선발진은 ‘에이스’ 잭 윌러가 흉곽 출구 증후군 수술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프랜차이즈 스타’ 애런 놀라가 돌아왔으나 12경기 3승 7패 평균자책점 6.47(64이닝 48실점 46자책)로 부진하다. 뷸러가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뷸러가 남은 한 달 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합류할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다. 이 경우 지난해 다저스의 ‘가을 영웅’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상황이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뷸러가 ‘빅 게임 피처’의 DNA를 다시 선보인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