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민 승-박시영 세이브’ 그런데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기량 가다듬는 롯데 ‘OB’들, 막판 스퍼트에 힘 보탤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2군에서 기량을 가다듬는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의 ‘OB(올드 보이)’들이 시즌 말미에 팀을 도울 수 있을까.
롯데 구승민은 지난 8월 31일 경기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열린 2025 메디힐 KBO 퓨처스리그 고양 히어로즈(키움 2군)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구승민은 3-3 동점 상황이 이어지던 8회 말 팀의 5번째 마운드에 올랐다. 양현종을 2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은 뒤 박채울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원성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으나 2루까지 진루하던 걸 좌익수 김동현이 좋은 송구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공 11개로 아웃 카운트 3개를 올리고 구승민은 임무를 마쳤다. 그리고 9회 초 롯데 타선이 3점을 뽑으며 리드를 잡았다. 이대로 끝나면 구승민에게 구원승이 주어질 상황에서 박시영이 9회 말 배턴을 넘겨받았다.
고영우를 4구 만에 투수 땅볼로 잡은 박시영은 대타 변상권에게 좌전 2루타를 맞고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심휘윤과 서유신을 도합 11구 만에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 투수는 구승민, 세이브 투수는 박시영이었다.

퓨처스리그 기록지에 이름을 올린 이 둘이지만, 사실 2군보다 1군이 훨씬 익숙한 선수들이다. 롯데 ‘원 클럽 맨’ 구승민은 1군 통산 457경기 451⅓이닝을 던지며 28승 31패 5세이브 122홀드로 롯데 구단 역대 최다 홀드 기록을 가진 선수다.
박시영은 롯데와 KT를 오가며 불펜의 살림꾼으로 쏠쏠한 역할을 했다. 특히 KT 시절에는 부상 때문에 마무리가 아쉬웠으나 2021시즌 불펜의 중핵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 구단 창단 첫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렇게 굵직한 경력을 자랑하는 둘이 2군에 있다. 올 시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1군 멤버로 정착한 이후만 기준으로 친다면, 둘 다 올해가 ‘커리어 로우’다.

구승민은 올해 1군 9경기에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0.50(6이닝 8실점 7자책)으로 매우 부진하다. 5년 만에 롯데로 돌아온 박시영도 10경기 1승 평균자책점 9.95(6⅓이닝 7실점)로 마운드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
지난해까지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친 둘이기에 더 아쉽다. 구승민은 지난해 하락세를 보이긴 했으나 타고투저 환경에서 평균자책점 4.84(57⅔이닝 37실점 31자책)에 13홀드로 필승조 노릇을 했다. 박시영도 26경기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62(25⅓이닝 13실점)로 분전했다.
그런 둘이 올해 급격한 부진에 빠지며 노쇠화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구승민은 만 35세, 박시영은 36세로 김상수(37세)를 제외하면 투수진 최고참에 속한다. ‘에이징 커브’를 맞이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다행히 2군에서는 관록 있는 모습을 보인다. 구승민은 25경기 1승 7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42(26이닝 11실점 7자책), 박시영은 25경기 2승 1패 8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67(27이닝 8실점 5자책)로 좋은 성적을 남기고 있다.

관건은 1군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다. 만약 2군에서 다듬은 기량을 바탕으로 1군에서 제 몫을 한다면 마운드에 큰 힘이 된다. 롯데 불펜진은 8월 리그 평균자책점 1위(3.18)에 오를 정도로 선전했으나 올 시즌 연투 횟수(154회) 1위일 정도로 부담이 작지 않다.
아울러 구승민은 암흑기 롯데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선수고, 박시영은 롯데에 몇 없는 한국시리즈 경험자다. 포스트시즌 경쟁 과정에서 경험이라는 값진 열매를 선수단에 선사할 수 있다. 베테랑들이 돌아와 힘을 보탤 수 있을지 눈길이 간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