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km 던지는 ‘ERA 1.69’ 강속구 셋업맨, 그런데 태극마크 달 수 있다고? ‘필승조 안착’ 한국계 오브라이언, WB…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시속 100마일(약 161km)에 육박하는 공을 앞세워 호투하는 셋업맨이 태극마크를 달지도 모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라일리 오브라이언은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홈 경기에 등판해 1이닝 1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브라이언은 팀이 4-1로 앞선 8회 초 ‘셋업맨’ 역할로 출격했다. 브라이언 레이놀즈를 5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이어 닉 곤잘레스도 3구 만에 유격수 뜬공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이후 오닐 크루스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몸에 맞는 공이 됐고, 이어 도루까지 허용하며 득점권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오브라이언은 침착하게 조이 바트를 1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9회에는 마무리 투수 조조 로메로가 올라와 3점 차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홀드를 수확하면서 오브라이언의 올 시즌 빅리그 성적은 31경기 37⅓이닝 2승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1.69가 됐다. 지난달 1점대에 진입한 평균자책점이 다시 오르지 않고 좋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브라이언은 비교적 늦게 빛을 보고 있는 선수다. 2017 MLB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됐고, 2020년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다. 2021년에 빅리그 데뷔까지 성공했으나 이후 별다른 활약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오브라이언은 신시내티와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쳐 세인트루이스에 이르기까지 통산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45(10⅓이닝 12실점)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그나마 마이너 리그 무대에서는 좋은 성과를 남겨 방출은 면했다.
그러다 올 시즌 만 30세의 나이로 뒤늦게 잠재력을 만개했다. 최고 시속 100.5마일(약 161.7km)의 빠른 싱커를 앞세워 빅리그 타자들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당초 추격조로 기용됐으나 주력 불펜 요원들이 이탈하면서 이제 어엿한 필승조로 발돋움했다.

오브라이언의 활약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오브라이언은 한국계 메이저리거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선수 본인의 미들 네임도 한국식인 ‘준영(Chun-Young)’이다.
한국계라는 것은 곧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으로도 뛸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2023년 대회에서 토미 에드먼(LA 다저스)을 소집한 것을 필두로 한국 혈통의 외국인 선수들을 본격적으로 포섭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는 마이너 무대에서만 성과를 내고 빅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없어 한계가 뚜렷했지만, 올 시즌 들어 알을 깨고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차출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MLB에서 한 팀의 필승조 역할을 하는 선수가 한국 대표팀에 가세하게 된다.
아울러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김서현(한화 이글스)이 후반기 들어 부진에 빠진 상태다. 현재 추세라면 오브라이언을 소집해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본인의 의향이다. 2023년 대회 당시 롭 레프스나이더나 미치 화이트처럼 가정사나 구단 상황 등을 이유로 본인 의사와 별개로 불참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브라이언처럼 MLB 로스터 입지가 불안하면 소집을 고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주목할 점이다.
다만 올 시즌 필승조로 성장해 로스터 한자리를 제대로 꿰찼고, 오브라이언 본인이 대표팀 합류에 긍정적인 의사를 그간 밝혀온 만큼 소집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오브라이언이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팬들이 많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