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SSSSSS→KKK’ 정우주, 43년 역사상 최초 ‘유주자 무결점 이닝’ 달성…‘야구 게임’을 현실로 만들다니

[SPORTALKOREA] 한휘 기자= KBO리그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진기록을 고졸 신인이 달성했다.
한화 이글스 정우주는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 7회 말에 등판해 1이닝 3탈삼진 ‘퍼펙트’를 기록했다.

정우주는 8-3으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에 올랐다. 필승조를 넣기에는 다소 큰 점수 차였다. 하지만 앞서 등판한 조동욱이 볼넷 2개로 주자를 쌓았고, 추격을 막기 위해 한화 벤치는 정우주를 올렸다.
그리고 ‘쇼타임’이 시작됐다. 정우주는 임지열을 상대로 패스트볼 3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3구째 ‘하이 패스트볼’을 전혀 건드릴 수 없었다. 이어 김웅빈을 상대로도 빠른 공 2개로 0-2 카운트를 선점하더니, 3구 높은 패스트볼로 다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루벤 카디네스가 타석에 섰다. 마이너 리그 무대에서 빠른 공을 여러 번 상대해 본 카디네스지만, 2구째 바깥쪽 속구에 배트가 헛돌았다. 그리고 정우주의 3구 한복판 패스트볼을 건드리지 못한 채 또 헛스윙을 기록했다. 삼진과 함께 이닝이 끝났다.
루킹 스트라이크 4개, 그리고 무려 5번의 헛스윙으로 키움 타자 3명을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공 9개로 삼진 3개를 잡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른바 ‘무결점 이닝’이다.

KBO리그에서 무결점 이닝은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베어스)를 시작으로 이번 정우주까지 11번 나왔다. 올해는 지난 4월 10일 임찬규(LG 트윈스)가 달성한 바 있는데, 당시 상대 팀도 키움이었다.
그런데 정우주의 이번 무결점 이닝은 더 특별하다. 일단 파울 없이 루킹 스트라이크와 헛스윙만으로 삼진 3개를 솎아냈다. 이는 2022년 박세웅(롯데 자이언츠)과 2024년 김택연(두산) 이후 역대 3번째다. 신인 투수의 무결점 이닝은 김택연에 이어 역대 2호.

아울러 그간 나온 10번의 무결점 이닝은 투수가 이닝 첫 타자부터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세 타자를 깔끔히 정리한 것이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올라와 무결점 이닝을 완성한 것은 정우주가 KBO리그 43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 경우 엄밀히 말하자면, 팀 입장에서는 주자가 이미 나갔으므로 ‘무결점’한 이닝은 아니다. 그러나 정우주의 ‘개인 기록’을 기준으로 삼으면 무결점 이닝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MLB) 역시 주자가 이미 출루한 뒤 구원 등판한 선수가 9구 3삼진을 기록해도 무결점 이닝으로 인정해 준다.
심지어 9개의 공을 전부 패스트볼로 던진 것도 인상적이다. 최고 구속은 153km/h까지 나왔다. ‘야구 게임’이라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현실에서 오로지 속구만으로 9연속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정우주는 그걸 해냈다.

그만큼 정우주의 최근 구위가 좋다.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정우주는 전반기 1군에서 29경기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4.81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14경기 17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이 고작 1.04에 그친다.
탈삼진이 무려 35개에 달해 이닝당 2개 이상 솎아내는 수준이다. 현재 한화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뛰어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당장 고정 필승조로 승격돼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