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스→아웃맨→테일러→콘포토까지...? '다저스 생태계 교란종' 김혜성, 백업 꼬리표 뗄까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LA 다저스 김혜성이 백업 꼬리표를 떼고 주전 선수로 도약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4일(한국시간) 김혜성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의 조건에 '꿈의 구단'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에서 '굴러온 돌'은 다저스의 '박힌 돌'을 하나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다저스는 김혜성 영입 후 3일 만에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보내는 충격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포지션 경쟁자가 한 명 줄어들었지만, 김혜성의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스프링캠프서 수정한 새로운 타격폼에 적응하느라 시범경기서 15경기 타율 0.207 1홈런 3타점 OPS 0.613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서 2025시즌을 시작한 김혜성은 28경기 타율 0.252 5홈런 19타점 OPS 0.798로 차츰 미국 무대에 적응해 나갔다. 특히 도루를 13번 시도해 100%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한층 좋아진 장타력과 빠른 발을 앞세운 김혜성은 함께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경쟁자 제임스 아웃맨보다 먼저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5월 토미 에드먼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빅리그에 승격된 후 32경기 타율 0.378(74타수 28안타) 2홈런 12타점 6도루 OPS 0.959로 펄펄 날았다. 불규칙한 선발 출전 기회 속에서도 다저스의 약점으로 꼽혔던 하위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 이어지자, 다저스는 10년을 동행한 '슈퍼 유틸리티' 크리스 테일러를 방출하는 결단을 내렸다.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졌지만, 김혜성은 여전히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받은 백업 신세였다. 적은 표본 속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368(19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라인업에서 제외되거나, 경기 중 좌완 불펜이 등장하면 교체되기 일쑤였다.
그러던 와중 뜻밖의 호재가 터졌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달 현지 매체 '스포츠넷LA' 인터뷰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법으로 우리는 김혜성에게 2루수로 뛸 기회를 좀 더 줄 것이다. 에드먼은 앞으로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다"고 밝혔다.

이는 곧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존 주전 좌익수 마이클 콘포토를 벤치로 돌리겠다는 얘기다. 콘포토는 현재까지 116경기에서 타율 0.189, OPS 0.619를 마크 중이다. 그의 10년 메이저리그 커리어 중 최악의 성적이다.
콘포토의 극심한 부진에 구단 전문 소식지 '다저스웨이'는 그의 양도지명(DFA) 검토까지 거론했다. 해당 매체는 "작년 이맘때 제이슨 헤이워드를 과감히 DFA 했듯, 더 낮은 생산성을 보이는 콘포토에게도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콘포토는 헤이워드보다 많은 393타석에서 OPS 0.612, wRC+(조정 득점 창출력) 76을 기록하고 있다. 출전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은 상황에서 이렇게 적은 성과밖에 내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제는 콘포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편, 어깨 부상으로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경기를 치르고 있는 김혜성은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27일 경기에서는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다만, 경기 3회 2루 도루에 실패하며 100% 도루 성공률은 깨졌다.
김혜성은 지난 22일 재활 첫 경기에서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포지션이다. 김혜성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2루·유격수·중견수로 뛰었고, 코너 외야 수비는 공식 경기에서 소화하지 않았다. 그가 재활 첫 경기부터 좌익수로 나선 것은 다저스가 좌익수 자리에 변화를 모색 중임을 시사한다는 해석에 힘을 보탠다.
태평양을 건너온 '생태계 교란종' 김혜성은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지워가며 다저스의 주전 자리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