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먹튀 등장’ 1034억 공중분해, 4년 만에 더블로 속았다…범가너 사라지니 다른 좌완들이 말썽이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FA로 대어급 좌완 선발 투수를 데려오면 안 되는 걸까.
애리조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는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2⅓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했다.
2회까지는 6타자를 연달아 범타 처리하며 잘 던졌다. 그런데 3회가 되자마자 와르르 무너졌다. 안타 6개를 연달아 맞고 4점을 헌납하더니, 볼넷까지 겹친 끝에 5번째 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했다. 애리조나는 3회 ‘빅이닝’을 극복하지 못하고 5-7로 졌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2024시즌을 앞두고 로드리게스가 영입될 당시만 하더라도 팀의 좌완 선발 투수 부족을 해결해 줄 선수로 여겨졌다. 실제로 그 전까지는 그런 기대를 받을 만한 성과를 냈다.
‘E-로드’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로드리게스는 2015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거치며 준수한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2023년에 좋은 활약을 펼친 후 ‘옵트 아웃(선수가 계약을 중도 해지)’ 조항을 발동해 시장에 나왔고, 그리고 애리조나와 계약했다.
계약 규모는 4년 8,000만 달러(약 1,118억 원)에 1년 연장 옵션도 포함됐다. 그런데 첫해부터 광배근 부상으로 고작 10경기에 등판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5.04(50이닝 29실점 28자책)로 아쉬운 성적을 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23경기 119이닝 5승 8패 평균자책점 5.67로 100이닝 이상 던진 내셔널리그(NL) 모든 좌완 투수 가운데 2번째로 평균자책점이 높다. 돈값을 못하는 것을 넘어 아예 계약을 안 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됐을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로드리게스 영입의 ‘나비효과’ 때문에 ‘먹튀’가 2명이 됐다는 점이다.
2024시즌 전 로드리게스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애리조나는 ‘FA 미아’ 위기에 놓인 조던 몽고메리를 1+1년 계약으로 수혈했다. 직전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준수한 활약으로 월드 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선수였다. 좋은 보강으로 보였다.
하지만 몽고메리는 지난해 25경기 117이닝 8승 7패 평균자책점 6.23으로 NL 최악의 투수로 전락했다. 옵션이 자동 실행되며 올해도 팀에 남았으나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시즌을 접었다.

몽고메리는 2년간 4,750만 달러(약 663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나마 얼마 전 밀워키로 ‘덤핑 트레이드’에 성공해 연봉 일부를 아꼈지만, 그 대가로 필승조 노릇을 하던 셸비 밀러를 추후 지명 선수 1명만 받고 내줘야 했다.
물론 밀워키로 떠넘기기 전까지 몽고메리에게 이미 3,400만 달러(약 196억 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여기에 로드리게스의 2년치 연봉을 합산하면 도합 7,400만 달러(약 1,034억 원)가 된다. 1,000억 넘게 쓰고 얻은 성과가 아무 것도 없다.

공교롭게도 애리조나는 이미 좌완 ‘먹튀’ 투수에게 고통받은 전적이 있다. 애리조나는 2020시즌을 앞두고 당대 리그 최고의 좌완 반열에 올라 있던 매디슨 범가너와 5년 8,500만 달러(약 1,187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범가너는 4년 동안 평균자책점 5.23으로 부진하며 기대를 전혀 채우지 못했고, 2023시즌 도중 방출당했다. 그리고 그다음 시즌에 곧바로 로드리게스와 몽고메리가 합류하더니 다시금 ‘먹튀’가 됐다. 이 정도면 애리조나의 ‘좌완 FA 잔혹사’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