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캡틴’과 걱정스러운 한화 타선, 결국 노시환이 해결해야 한다…‘홈런→승률 0.727’ 승리 공식 이어 갈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결국 노시환이 4번 타자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화 이글스도 우승의 꿈을 되살릴 수 있다.
한화는 지난 25일 ‘주장’ 채은성을 갑작스레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사유는 부상.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화 구단은 “채은성의 왼쪽 네 번째 발가락 상태가 좋지 않았다. 통증 악화로 진료받은 결과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라고 알렸다.

날벼락이다. 올 시즌 채은성의 성적은 115경기 타율 0.299 19홈런 80타점 OPS 0.857로 규정 타석을 채운 한화 타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OPS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도 각각 팀내 2위, 1위를 달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 채은성이 사라지며 한화는 ’비상’이 걸렸다. 리그 2위를 달리는 한화는 최근 연패 수렁에 빠진 탓에 1위 LG 트윈스와의 격차가 5경기 반까지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 채은성까지 자리를 비운다.
이미 한화는 올 시즌 팀 타율(0.261)과 OPS(0.720) 모두 6위에 그칠 정도로 평범하다. 마운드가 제 몫을 해도 타선의 부진으로 승리를 날린 경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채은성이 빠지며 타선의 무게감이 급감하리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선례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주축 타자이자 주장인 전준우의 부상 이탈이라는 악재를 맞고 이번 달 12연패라는 늪에 빠졌다. 이를 따라가지 않으려면 다른 선수들이 채은성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특히나 부동의 ‘4번 타자’로 뛰고 있는 노시환이 지금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노시환은 고작 21세에 불과하던 2021시즌 18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한화의 주축 타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2023시즌 잠재력이 만개했다.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 OPS 0.929라는 엄청난 활약으로 향후 KBO리그를 이끌 우타 거포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커리어 하이’ 이후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지난해 타율 0.272 24홈런 89타점 OPS 0.810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리그가 급격히 타고투저 양상으로 전환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생산성은 더 나쁘다.

여기에 올해는 투고타저 여파가 겹치며 표면적인 성적도 좋다고 할 수 없게 됐다. 노시환은 25일까지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4 24홈런 76타점 13도루 OPS 0.775를 기록 중이다. 아직 프로 초년생이던 2020시즌(0.220) 이후 가장 타율이 낮다.
리그 환경과 구장 보정 등이 두루 반영된 wRC+(조정 득점 생산력·스탯티즈 기준)를 보면 노시환의 하락세가 도드라진다. 2023시즌 160.0으로 리그 최고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106.5, 올해 107.8로 평균을 간신히 넘기는 데 그친다.
그나마 득점권에서는 타율 0.270 OPS 0.813으로 조금 나은 편이다. 하지만 채은성이 워낙 해결사 역할을 잘 해낸 만큼, 노시환의 타순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김 감독은 감독 생활 초기부터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부진하던 이승엽을 4번 타자로 계속 기용해 끝내 살아나도록 만든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뚝심이 아닌 ‘아집’이 될 때도 있었다.
올 시즌은 노시환이 좀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며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웠다. 그런데 채은성이 사라졌다. 타순 구성을 고려할 때 좋든 싫든 노시환이 4번 타자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노시환이 제 몫을 하면 한화는 웬만해선 승리를 따냈다. 올 시즌 노시환이 홈런을 쳐낸 22경기에서 한화는 16승 6패(승률 0.727)를 기록 중이다. 당장 지난 24일 쳐낸 홈런으로 한화의 위닝 시리즈를 이끌었다. 그 흐름을 채은성의 공백 속에서도 이어 가야 한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