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MLB 최고 좌완 투수가 최하위 팀에 있다고? '7이닝 9K→ERA 1.40' 압도적…71년 역사상 최고 기록도

[SPORTALKOREA] 한휘 기자= 비록 표본이 적지만, 현재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위력적인 왼손 투수는 최하위 팀에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트레버 로저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외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3볼넷 9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쳐 승리 투수가 됐다.

로저스는 2회까지 삼진 3개를 잡아내며 역투했다. 3회 초 제레미 페냐에게 적시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으나 1사 2, 3루 위기를 추가 실점 없이 막았고, 4회에도 주자 2명을 내보냈으나 점수는 주지 않았다.
호투는 이어졌다. 5회와 6회에도 연이어 무실점으로 휴스턴 타선을 정리했다. 7회는 삼자범퇴로 정리하면서 오늘의 임무를 마치고 2점 차로 앞선 가운데 불펜진에 배턴을 넘겼다. 결국 볼티모어는 로저스의 쾌투 덕에 3-2로 이겼다.
볼티모어는 이 승리로 이제야 시즌 60승(70패) 고지를 밟았다.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최하위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반면 오늘 만난 휴스턴은 시즌 72승(59패)을 올려 AL 서부지구 선두를 달린다. 체급의 차이를 로저스가 본인의 손으로 뒤집었다.

올해 로저스의 투구 내용은 가히 ‘압도적’이다. 13경기 83⅓이닝 7승 2패 평균자책점 1.40이다. 3실점 이상 내준 경기는 6월 19일 탬파베이 레이스전(2⅓이닝 3실점)이 유일하다. 나머지 경기는 전부 2실점 이하로 막았다.
7월 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기점으로 연속 퀄리티스타트(QS) 행진도 이어 간다. 벌써 9경기째다. 특히 이달 들어 5번의 등판에서 무려 4번이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7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사실 삼진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오늘 탈삼진 9개를 기록했음에도 올 시즌 삼진 개수는 76개, 9이닝당 삼진은 8.21개로 특출나진 않다. 하지만 사사구가 19개에 불과할 정도로 적고, 무엇보다도 0.171이라는 극히 낮은 피안타율 덕에 출루 허용 자체가 적다.
올해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MLB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은 선수가 바로 로저스다. 비록 부상 탓에 6월 말에야 시즌을 시작해 아직 100이닝도 넘기지 못했지만, 현재 경기력만큼은 ‘지구 최강 좌완’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을 능가한다.
로저스는 이 호투로 볼티모어가 1954년 지금 위치로 연고지를 옮긴 이래 사상 처음으로 시즌 첫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40 이하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역사를 썼다.

로저스는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이던 2021년 신인왕 투표 2위에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후반기 볼티모어에 합류한 후로도 평균자책점 7.11(19이닝 16실점 15자책)로 부진해 실망을 안겼다.
하지만 올 시즌 부활하며 데뷔 초 보여 준 재능을 다시금 발현하고 있다. 팀은 지난해 AL 동부지구 2위에 오른 것이 무색하게 무너지고 있지만, 로저스만큼은 MLB 최고를 칭해도 좋을 정도로 잘나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