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추신수 넘어 2000억 바라봤던 김하성, 유망주에 밀려 '현수' 넘기도 어려울지도?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FA 재수를 노렸던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이 점점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ESPN'은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부상자 명단에 올리고 팀 내 1위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를 콜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하성은 지난 20일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허리 통증으로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2020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문을 두드린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약 387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첫해에는 타격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그는 2번째 시즌 보완에 성공한 뒤 2023시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38도루 OPS 0.749를 기록한 데 이어 수비에서도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김하성은 윌리 아다메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유격수 포지션 TOP2로 평가를 받았다. 항간에서는 6년 1억 5,000만 달러(약 2,075억 원) 수준의 계약 제안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돌았다. 이는 추신수의 1억 3,000만 달러(약 1,798억 원)와 이정후의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63억 원)를 뛰어넘는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대 금액이다.
김하성은 실제로 FA가 되는 시점이 만 28살에 불과했으며,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해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지난해 김하성은 시즌 초반 고전하며 성적이 더 떨어졌고, 시즌 막판에는 어깨 관절와순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했다.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 김하성은 장기 계약 대신 FA 재수를 택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옵트 아웃이 포함된 2년 2,900만 달러(약 401억 원)에 맞손을 잡으며 승부수를 띄웠다.
치료와 재활을 거친 김하성은 트리플A 무대에서 실전 감각을 키웠으나 예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탬파베이는 그를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마지막 열쇠라고 생각하며 지난 7월 메이저리그에 콜업했다.
재수 성공을 위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했던 김하성은 의욕이 앞섰다. 출루에 성공하면 도루 시도를 이어갔고, 결국 이 부분이 무리로 이어지며 탈이 났다. 지난달 22일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10경기를 날렸다.
지난 2일 돌아온 김하성은 부상 복귀 후 14경기에서 타율 0.208 1홈런 2타점 OPS 0.578에 그쳤다.
사실상 재수에 실패한 김하성은 선수 옵션을 실행해 내년 탬파베이로부터 1,600만 달러(약 221억 원)를 받고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탬파베이가 최근 김하성을 대신해 유격수 윌리엄스를 콜업해 걱정은 더 커졌다.

윌리엄스는 'MLB 파이프라인' 기준 30개 구단 전체 47위에 오른 특급 유망주다. 컨택은 떨어지지만,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수비와 어깨는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훌륭한 수비를 펼친 윌리엄스는 향후 탬파베이 내야 수비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만약 오는 9월 그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김하성은 다음 시즌에는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유격수와 달리 2루의 경우 수비 부담이 적은 대신 공격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다음 해에도 올해와 같은 부진이 이어질 경우 1억 5,000만 달러 FA 대박은커녕 토미 현수 에드먼(LA 다저스)이 맺은 5년 6,000만 달러(약 830억 원)보다 더 낮은 금액에 사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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