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사건 연루→강제 휴식’ 설움 싹 날렸다! 시즌 첫 홈런이 류현진 상대 만루포라니…‘보상선수 신화’의 화려한 귀환

[SPORTALKOREA] 한휘 기자= 부진에 이어 찾아온 불미스러운 일. 하마터면 선수 생명이 위기에 처할 뻔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박계범은 끝내 자신의 가치를 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계범은 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 7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오명진이 휴식을 취하면서 선발 기회를 잡았다.

놓치지 않았다. 2회 첫 타석부터 득점권 상황을 잘 살렸다. 2사 2루에서 한화 선발 투수 류현진의 2구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1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두산이 선취점을 가져갔다.
2번째 타석에서 기습번트를 댔다가 아웃당했으나 이는 7회 터뜨릴 한 방을 위한 포석에 불과했다. 2-2 동점인 가운데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박계범은 류현진의 초구 몸쪽으로 들어오는 커브를 기다렸다는 듯 통타해 순식간에 4점 차로 달아나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첫 홈런.
박계범은 이날 두산의 6득점 가운데 5점을 만드는 맹활약을 펼치며 4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1득점으로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6-3으로 이긴 두산은 한화와의 원정 3연전을 ‘스윕’하고 7연승을 질주했다.

사실 이런 활약을 기대한 팬이 많지는 않았으리라. 박계범은 한때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팬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 수년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평가가 많이 내려간 상태였다.
박계범은 2021시즌을 앞두고 FA로 이적한 오재일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합류했다. 그리고 118경기에서 타율 0.267 5홈런 46타점 OPS 0.725로 잠실을 홈으로 쓰는 내야수치고 꽤 좋은 성적을 냈다. 타율보다 1할이나 높은 출루율(0.368)이 인상적이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 ‘보상선수 신화’를 쓸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2시즌 내리 타율이 ‘멘도사 라인’에 머물렀다. 그나마 수비력을 앞세워 1군에 얼굴을 비추긴 했으나 타격은 점점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오재원 마약 투약 사건에 대리 처방 혐의로 연루됐다. 1군 24경기만 뛰고 사건 조사를 위해 구단 자체적으로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고, 결국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그나마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며 일이 더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오재원은 마약 투약과 함께 보복 폭행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2월 항소심 공판 결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선후배 위계를 활용해 후배 선수들을 협박했다는 증언이 받아들여졌다. 박계범 역시 오재원의 압박을 거스르지 못했고, 소중한 1년을 날리고 말았다.
강압성, 자진 신고, 구단 자체 출장 정지 등을 고려해 KBO에서는 사회봉사 징계만 내리며 박계범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돌아왔다. 하지만 출장 정지 직전까지 공수 모두 부진했던 탓에 팬들의 기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계범은 지난해의 아쉬움을 씻고 재정착에 성공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그간의 안 좋은 모습이 이어졌지만, 후반기 들어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나며 백업으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50 1홈런 22타점 OPS 0.674로 평범하다. 하지만 후반기 기준으로는 타율 0.268(41타수 11안타)로 한결 낫고, 8월로 더 좁히면 타율 0.281(32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 OPS 0.762로 제 역할을 한다.

두산은 오명진과 박준순 등 저연차 선수들이 내야에 자리를 잡았고, 전역한 안재석이 가세했다. 젊음의 패기를 앞세운 세대교체는 두산에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이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사시 뒤를 받쳐 줄 경력 있는 백업들도 제 몫을 해야 한다.
박계범은 현재까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간 크게 눈에 띄진 않아도 팀에 필요한 선수로 기능했다. 그리고 오명진이 쉬는 날 제대로 사고를 치며 백업의 가치를 드러냈다. 박계범의 이런 활약은 두산의 야수진이 정상궤도에 올라탔다는 방증일 것이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