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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자 영웅' 알리 떠나고 9년 뒤 눈 감은 복싱 전설 포먼

등급아이콘 레벨아이콘 스포츠뉴스 0 260 03.22 18:00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세계 복싱 역사에 영원하게 남을 '정글의 대소동'(The rumble in the Jungle)은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헤비급 복싱 경기를 가리키는 별명이다.
당시 25세의 포먼은 엄청난 힘을 앞세운 '떠오르는 별'이었고, 32세의 알리는 전성기가 지난 선수로 여겨졌다.
이 경기에서 알리는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8라운드 KO승을 거두고 자신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그 경기를 통해 무패 행진이 멈췄던 포먼은 줄곧 알리와 재대결을 희망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던 알리가 2016년 74세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포먼마저 22일(한국시간) 76세를 일기로 눈을 감으면서 두 명의 복싱 전설은 천국에서 재회하게 됐다.

전 세계에서 5천만명이 중계를 지켜봤던 포먼과 알리의 대결은 1974년 10월 30일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서 열렸다.
당시 포먼은 1라운드 시작부터 저돌적으로 알리에게 덤볐고, 알리는 로프에 등을 기댄 채 포먼의 소나기 펀치를 흘려보냈다.
'힘'의 포먼과 '기술'의 알리 가운데 웃은 쪽은 알리다.
알리는 계속 로프에 몸을 기대 팔뚝과 몸통으로 포먼의 펀치를 막아 힘을 뺐다.
결국 알리는 8라운드에 왼손 훅으로 포먼의 고개를 들어 올린 뒤 오른손 스트레이트 결정타를 날려 KO승을 따냈다.
이 경기로 프로 복싱에 데뷔한 이래 첫 패배를 당한 포먼은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자기 트레이너가 이상한 약물을 탔다는 이야기부터 주심이 뇌물을 받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 이어졌다.
간신히 패배를 인정한 포먼은 알리와 재대결하기 위해 온 힘을 썼다.
포먼과 재대결하더라도 얻을 게 없는 알리는 '다시 포먼과 싸울 일은 없다'고 밝혔지만, 포먼은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
포먼은 알리에게 패하고 1년 뒤 벌인 복귀전에서 론 라일을 잡고 NABF 헤비급 타이틀을 얻었고, 다음 경기에서는 조 프레이저마저 꺾었다.
포먼은 그 후로도 3연승을 달렸으나 알리와 재대결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 경기만 이기면 알리와 재결을 잡아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1977년 지미 영과 붙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포먼은 예상치 못한 판정패를 당했고, 라커룸에서 쓰러진 뒤 임사 체험을 겪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됐다.
영에게 패하고 은퇴를 선언한 포먼은 10년 뒤인 1987년 청소년 자선사업 자금을 마련하고자 복귀를 선언했으나, 알리는 이미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링을 떠난 지 오래였다.

포먼은 그토록 원했던 알리와 재대결을 벌이진 못했지만, 대신 꾸준한 노력과 재능으로 1994년 45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포먼은 나이가 든 이후에는 알리에 대한 꾸준한 존경심을 표했다.
당시 경기를 회상하며 "알리가 나를 완전히 꿰뚫고 있었고, 경기 전략도 완벽했다"고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리 역시 "내가 붙었던 상대 가운데 가장 강했다"며 포먼을 인정해 둘 사이에 우정이 싹텄다.
이후 포먼은 알리가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는 사실이 알려지자 쾌유를 기원했고, 공개 석상에서 "알리는 내 영웅이며 내 인생까지 바꿨다"고 말했다.
스포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라이벌에서 친구로 변했던 두 복싱 영웅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복싱 팬들은 포먼과 알리가 천국에서는 '정글의 대소동' 2차전을 벌이길 기원한다.



'라이벌이자 영웅' 알리 떠나고 9년 뒤 눈 감은 복싱 전설 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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