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희망찬 내일! 180도 달라진 키움 선발진에 대한 평가, 내년에는 1위로 평가받을까?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키움 히어로즈의 선발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휩싸였다. 다른 팀과 달리 외국인 투수 2명이 아닌 1명을 선발했으며 에이스 안우진의 입대로 국내 선수들의 기량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졸 루키 정현우가 토종 에이스를 맡을 정도였다. 초반 부상자까지 늘어나자 ‘선발 경쟁’이 아닌 ‘돌려막기’에 급급했다. 해당 기간 평균자책점은 5.91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9위 롯데 자이언츠와도 1점 이상 차이가 날 정도였다.

희망도 없어 보였던 키움의 선발진에 지난 6월 귀인이 찾아왔다. 야시엘 푸이그를 대신해 라울 알칸타라가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알칸타라는 지난 2020시즌 최동원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국내 리그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던 선수. 그가 노하우와 힘을 전수한 덕일까. 키움은 이때부터 진정한 ‘선발 경쟁’이 벌어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정현우는 6월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3경기에 등판해 2패를 기록했으나 15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은 0.59에 불과하다. 피안타율도 0.158에 그치며 무엇보다 제구가 안정적이며 강심장이다. 전혀 신인 같지 않은 모습이다.

하영민은 꾸준하다. 사실상 팀의 버팀목 같은 존재다. 이번 시즌 키움에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16경기에 나서 6승 7패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는 3.57이다. 즉 수비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3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길 수 있을 정도인 것.
여기에 최근 상무에서 돌아온 박주성이 가세했다. 최근 2경기에 선발로 나서 각각 5이닝 1실점,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도 안현민에게 내준 홈런 2방만 없었더라면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선발 첫 승을 거둘 수도 있었다.
이들의 활약 속에 키움은 지난 6월부터 선발 평균자책점이 4.22까지 줄었다. 소화한 이닝수는 211이닝으로 KIA 타이거즈에 이은 전체 2위다. 더 놀라운 이유는 이러한 기록이 외국인 에이스 케니 로젠버그 없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로젠버그는 지난달 6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1실점 피칭을 한 뒤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갖춰지자 키움은 6월 올시즌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후반기에는 매서운 ‘고춧가루 부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키움은 현재가 아닌 내년을 보고 있다. 오는 2026시즌에는 안우진이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준급 외국인 투수 2명에 리그 최고의 투수 안우진이 가세하면 올시즌 한화에 견줄 수 있는 선발진을 갖추게 된다. 이대로라면 내년 선발 1위는 어쩌면 키움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뉴시스, 키움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