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이게 바로 MVP지!” 역전 이끈 동점 홈런에 팬들 ‘대흥분’…안방마님 역할도 완벽, 이래서 랄리가 ‘최고의 포수’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적어도 현시점에서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포수는 칼 랄리(시애틀 매리너스)다.
랄리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MLB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 1차전에 2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1회부터 깨끗한 좌전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후 홈 쇄도 과정에서 아웃당해 득점에 실패했고, 3회에는 토론토 선발 투수 케빈 가우스먼의 5연속 스플리터에 당하며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여기서 스플리터가 눈에 익은 걸까. 랄리는 6회 초 3번째 타석에서 가우스먼의 스플리터 일변도 투구를 제대로 응징했다. 2-2 카운트에서 5구 스플리터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 이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렸다.
타구 속도는 시속 108마일(약 173.8km), 비거리는 420피트(약 128m)가 기록됐다. 0-1로 끌려가던 시애틀은 랄리의 홈런 한 방으로 동점을 만들고 분위기를 뒤집었다.

포수로서의 역할도 완벽했다. 시애틀 선발 투수 브라이스 밀러가 1회부터 조지 스프링어에게 초구 리드오프 홈런을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네이선 루카스를 상대로는 12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마지막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음에도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랄리가 곧바로 마운드를 방문해 밀러를 다독였다. 그리고 포심 패스트볼 비중을 일시적으로 줄이면서 타 구종을 적극적으로 던지는 방식으로 볼 배합을 바꿨다. 그 결과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이 5.68이던 밀러는 6이닝 1실점으로 토론토 타선을 묶었다.
결국 시애틀의 3-1 승리로 1차전이 끝났다. 랄리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타석에서는 결정적인 홈런으로 역전의 단초를 마련했고, 수비에서는 투수들을 이끌고 능동적으로 볼 배합을 가져가며 호투를 이끌었다. 완벽했다.

랄리는 지난 시즌까지도 AL 최상위권 포수로 부를 수 있는 선수였다. 타율은 낮아도 한 시즌 30홈런을 때릴 수 있는 펀치력을 갖췄고, 수비에서는 플래티넘 글러브까지 석권할 정도로 매우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올해 타격 잠재력마저 제대로 터뜨렸다. 159경기에서 타율 0.247 60홈런 125타점 OPS 0.948을 기록했다. 포수 최초 50홈런 고지를 밟은 것은 물론이고 MLB 역사상 10번째로 한 시즌 60홈런까지 기록했다.
이에 MVP 수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실 홈런과 타점을 제외하면 비율 지표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에 크게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저지의 OPS는 1.144로 ‘탈인간급’이었다. 홈런도 53개나 쳐낸 선수가 MLB 전체 타율 1위에 올랐다. 말이 안 되는 활약이다.
하지만 랄리도 할 말은 있다. 포수 포지션의 특수성이 있는 데다 강점인 수비력도 어디 가지 않는다. 그래선지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가 측정하는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랄리는 9.1을 기록, 10.1을 기록한 저지에 그렇게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사실 이미 투표는 끝났다. 포스트시즌은 투표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하지만 저지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짐을 싼 와중에 랄리가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 가면서 MVP를 향한 팬들의 염원은 어 커지고 있다.
SNS 등지의 현지 팬들은 “그가 우리의 MVP다”, “토론토가 당장 여권 훔쳐야겠는데”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봐 양키스 팬들, 올해 저지가 ALCS에서 홈런 몇 개 쳤어?”라며 도발하는 문구도 있었다.
한 팬은 “XX 이게 바로 MVP지(That is the f**king MVP)”라며 욕설을 섞어 격하게 기뻐하기도 했다. 가을에도 멈추지 않는 랄리의 활약에 시애틀 팬들은 ‘대흥분’ 상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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