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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의 라이벌 될 때까지 질주… 내년 올림픽도 메달 꿈꿔요”

등급아이콘 레벨아이콘 스포츠뉴스 0 76 04.11 12:00

“롤모델의 라이벌 될 때까지 질주… 내년 올림픽도 메달 꿈꿔요”

 

 

‘괴물 스케이터.’

 

지난 2월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출전 전 종목 입상’이라는 성과를 낸 이나현(20)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유망주 단계를 단숨에 뛰어넘는 무서운 기량의 성장 속도와 171㎝, 훤칠한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 스퍼트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여진 걸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나현을 직접 만나보면 그는 그냥 영락없는 스무 살 새내기 대학생이다. 스케이트 날을 세우고 빙판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스프린터의 매서운 눈빛은 잠시 숨기고, 함박웃음과 톡톡 튀는 입담을 자랑하는 ‘젠지세대’의 전형이다. 이나현과의 인터뷰는 지난 9일 그의 모교인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 내 빙상장에서 진행됐다.

 

“100m 경기 당시 출발 신호를 기다리던 순간 뭔가 에너지가 잘 모이는 느낌이었어요. 연습 때 감각도 좋았거든요. 힘이 딱딱 붙는 느낌이랄까요. 1등은 기대 안 했지만 ‘무슨 메달이든 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금메달이 찾아왔고,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죠.”

 

이나현은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의 추억을 가장 먼저 소환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나현은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100m의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고, 주 종목인 500m(은메달)와 1000m(동메달)에서도 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인 팀 스프린트에선 동료들과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나현은 이제 성인 국가대표가 된 지 2년. 그런데 성장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2023년 월드컵 5차 대회 500m에서 5위, 6차 대회 2차 시기 8위 등 최근 연거푸 ‘톱10’에 들었다. 특히 그해 월드컵 5차 대회에서는 37초34의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나현은 2007년 이상화, 2017년 김민선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3번째로 500m 주니어 세계 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첫 국제종합대회였던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주변에선 이나현을 ‘스케이트 천재’라고도 부른다. 사실 이나현은 또래보다 선수 입문이 늦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을 처음 접한 이나현은 6학년이 돼서야 ‘전문 선수’로 뛰었다. 전문 선수로 전업 이후 또래보다 월등한 실력을 자랑했고, 출전하는 대회마다 승승장구했다. 그는 “스케이트를 탈수록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2023년엔 빙속대표팀에 유일한 고등학생 선수로 합류했다.

 

물론 슬럼프도 있었다. 갑자기 확 커버린 큰 키 때문이었다. 중학교 재학 시절 이나현의 키는 160㎝대 중반 정도. 그런데 고등학교 진학 후 170㎝를 넘겼다. 이나현은 “선수를 시작한 뒤 계단식 우상향으로 기록이 팍팍 뛰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키가 갑자기 확 크고, 체형도 변하면서 잠깐 슬럼프를 겪었다”면서도 “다행스럽게도 그 시기를 지나고 고 2, 3학년 때부터 다시 실력이 쭉쭉 늘었다”고 했다.

 

육상 선수 출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이나현의 긴 팔다리는 빙판 위에선 최강의 무기가 된다. 이나현은 웬만한 유럽 선수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피지컬에, 스피드와 탄력까지 갖췄다. 이나현의 벼락같은 스퍼트는 자신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무기다. 김명석 빙속대표팀 코치도 “이나현의 최대 강점은 남다른 피지컬”이라고 소개했다. 이나현은 “100m 초반과 마지막 400m 구간은 요즘 전보다는 좀 힘이 붙었다. 마지막 구간에서 끝까지 빠르게 들어오는 것은 내 장점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장점이라고 내세우긴 무언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나현은 경기에만 들어가면 강한 승부욕으로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사로 변신한다. 지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타고난 승부사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이나현은 본인의 MBTI를 ESTP라고 밝혔다. ‘모험을 즐기는 활동가’로 불리는 ESTP는 다른 유형보다 겁이 없고 논리적이며 현실감각이 강하다. 좋은 예가 있다. 이나현은 동계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롤모델이 라이벌이 될 때까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나현은 이에 대해 “롤모델을 따로 정해두지 않았다”면서 “롤모델은 늘 바뀔 수도 있다. 항상 누군가는 정상에 있는데, 그 사람은 나의 롤모델이고, 결국 그 롤모델보다 잘 타는 것이 목표다. 롤모델이 라이벌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하자는 게 내가 항상 되새기는 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나현은 빙상장을 벗어나면 그냥 스무 살 대학생이다. 친구들과 사람들이 몰리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예쁜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유일한 휴식기인 4월은 친구·동료들과 휴식을 맘껏 누리는 기간. 특히 사촌 언니와는 자주 만나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날린다고 했다.

 

이나현은 ‘스포츠광’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물론, 각종 스포츠를 즐겨본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멋지게 시구하는 꿈도 생겼다. 이나현은 “최고의 선수들만 했던 시구를 꼭 해보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 달부턴 본격적인 동계올림픽 준비가 시작된다. 지난 시즌 이나현의 500m 세계랭킹은 23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기량은 점점 올라오고 있다. 동계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열 달. 스타트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자신감은 충만해 있다. 이나현은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초반 100m 스타트에서 10초30 이내에 끊는다면, 다가올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에도 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나는 뒤에 힘이 더 붙는 스타일이기에, 올 시즌엔 스타트 보완에 집중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세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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