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이 바뀌어도 ‘OPS 1.126’ 상성 관계 여전하네…부진하던 이정후, 7년 만에 다시 만난 켈리 상대로 장타 폭발!

[SPORTALKOREA] 한휘 기자= KBO리그 시절 한 번 잡힌 ‘상성 관계’는 무대를 메이저리그(MLB)로 옮기고서도 변하지 않는 듯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5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1회부터 불을 뿜었다. 2사 1루 상황에서 애리조나 선발 투수 메릴 켈리의 초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익수 제이크 매카시의 키를 살짝 넘기는 1타점 3루타를 쳐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을 깨는 한 방이었다.

막힌 혈이 뚫린 듯 이정후는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4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서 다시 한번 우익수 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다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6회 3번째 타석에서는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8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제이크 우드포드를 상대로 1루수 쪽 내야안타로 출루해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패트릭 베일리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9회 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10회 초 연장 승부치기 때 2루 주자로 나가 베일리의 희생플라이를 틈타 결승점을 올렸다.

이날 맹활약으로 이정후는 시즌 타율과 OPS를 각각 0.246 0.721까지 끌어 올렸다. 특히 시즌 7번째 3루타를 기록하면서 이 부문 내셔널리그(NL) 공동 2위에 올라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정후는 6월 한 달간 타율 0.143(84타수 12안타)이라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여러 차례 타순 조정을 겪는 와중에도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현지 일자 기준 7월에 치른 첫 경기부터 3안타를 터뜨리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정후의 멀티 히트는 지난 6월 5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온 것이다. 3안타 경기는 5월 7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거의 2달 만이다.

특히 이날 이정후를 상대한 애리조나 선발 투수가 KBO리그 시절에도 만났던 켈리라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정후는 프로 초년생이던 2017~2018년에 당시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SK 와이번스(現 SSG 랜더스) 소속이던 켈리를 만난 바 있다.
KBO 시절 이정후는 켈리 상대로 매우 강했다. 타율 0.467(19타수 7안타) 5타점 3볼넷 OPS 1.126으로 천적 수준이었다. 홈런이 단 하나도 없었음에도 순전히 단타와 2루타 2개 만으로 이 정도 지표를 올린 것이다.

켈리는 SK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기억을 안고 2019년부터 MLB 무대에 정착했다. 지난해까지 애리조나에서만 6시즌 간 뛰며 통산 140경기 824⅓이닝 53승 44패 평균자책점 3.82로 호투해 ‘역수출 신화’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켈리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도 18경기 104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3.55로 선전 중이다. 최근 부진하던 이정후와는 여러모로 대비되는 기록이다. 하지만 KBO 시절의 ‘상성’은 대륙을 건너서도 여전한 걸까. 이정후는 켈리를 상대로 장타만 2개를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