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18디그롬’의 재림이라고? 한 달 넘게 승리 없는 ‘사이 영 1순위’ 괴물 투수…‘ERA 2.03’으로 고작 4승…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남을 불운한 시즌이 올해 또다시 반복되는 걸까.
피츠버그 파이리츠 폴 스킨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서 5이닝 5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스킨스는 이날 경기 첫 타자인 브렌던 도노반을 최고 시속 100.2마일(약 161.2km)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삼진 처리했다. 메이신 윈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았다. 2회에도 볼넷 하나를 내줬으나 삼진 2개를 솎아내며 불이 번지는 걸 막았다.

3회에 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릴 뻔한 스킨스는 1사 후 알렉 벌레슨의 직선타에 이어 도노반이 ‘본헤드 플레이’로 1루에서 아웃당하며 이닝을 끝냈다. 4회에는 2사 1, 2루 위기에서 페드로 파헤스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좌익수 토미 팸이 홈으로 달리던 윌슨 콘트레라스를 완벽한 송구로 저격해냈다.
수비의 도움 속에 스킨스는 5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무실점으로 임무를 마친 스킨스는 6회부터 케일럽 퍼거슨에게 배턴을 넘겼다.
지난 6월 26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던 스킨스는 한 경기 만에 기존의 위력을 대부분 되찾았다. 아직 불안한 면모가 남아 있긴 했으나 무너지지 않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03까지 끌어내렸다.

하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타선이 상대 선발 안드레 팔란테를 상대로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8회 말에 결승점을 뽑아 1-0으로 이겼으나 스킨스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이로써 6월 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부터 시작된 무승 행진이 6경기로 늘어났다.
스킨스의 올 시즌 성적은 18경기 111이닝 4승 7패 평균자책점 2.03 115탈삼진 30볼넷이다. NL 평균자책점 1위, 이닝 소화 2위, 탈삼진 5위 등 모든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달린다. 자연스레 사이 영 상 유력 후보로도 꼽힌다. 최근 들어 잭 윌러(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도전에 직면했으나 여전히 스킨스가 ‘1순위’다.

하지만 승운은 지독히도 없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2.92점에 불과해 NL에서 3번째로 낮다. 이러다 보니 7번의 패전 가운데 퀄리티스타트(QS)를 달성한 경기가 무려 4번이다. 그중 2번은 8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도 타선이 한 점도 못 뽑아서 패전을 떠안았다.
불펜이 날려 먹은 승리도 3번이나 있다. 팀 동료들이 조금만 도와줬다면 10승은 진작에 했을 텐데, 평균자책점이 2점대인 선수 중 최저 승률(0.364)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운 속에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디그롬은 뉴욕 메츠 시절이던 2018년 MLB 역사에 남을 불운한 시즌을 보낸 기억이 있다.
당시 디그롬은 32경기 217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70 269탈삼진 46볼넷으로 가히 압도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피홈런이 단 10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10승 9패로 ‘턱걸이 10승’에 그쳤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득점 지원(9이닝당 3.57점)이 원인이었다.
디그롬은 이 해 역대 최소 승리 사이 영 상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이런 영향으로 소위 ‘18디그롬’은 MLB를 대표하는 불운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데 스킨스가 그 아성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수 본인에게는 기분이 좋지 않은 도전장이지만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