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옆에서 힘을 많이 줬다” 아내 생각에 펑펑 운 ‘예비 아빠’…KIA 승리의 ‘선봉장’ 고종욱, 적어도 오늘은 그의 …

[SPORTALKOREA] 한휘 기자= 적어도 이번 하루는 고종욱(KIA 타이거즈)의 날이었다.
고종욱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1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고종욱은 경기 초반부터 독보적으로 빛났다. KIA의 다른 타자들이 LG 선발 투수 요니 치리노스를 상대로 꽁꽁 묶였으나 고종욱은 달랐다. 5회까지 치리노스가 맞은 2개의 안타가 모두 고종욱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결국 결실을 맺었다. 0-1로 밀리던 6회 초 선두타자 박민이 드디어 안타를 치며 KIA의 침묵을 깼다. 이에 고종욱이 나섰다.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로 박민을 불러들였다.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고종욱이 굳건하던 치리노스에 금을 내자 KIA 타선이 불을 뿜었다. 1사 후 패트릭 위즈덤이 좌전 적시타로 고종욱을 불러들이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로도 폭발적인 타격감을 과시하며 6회에만 무려 6점을 뽑아냈다.
KIA는 경기 막판까지 LG 마운드를 두들기며 12-2 대승을 거두고 시즌 41승(3무 35패)째를 거뒀다. 5위 SSG 랜더스(39승 3무 36패)와의 승차는 1경기 반을 지켰다.

‘선봉장’ 역할을 해낸 고종욱이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 고종욱은 2011년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SK 와이번스(現 SSG 랜더스)를 거쳐 KIA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활약을 이어 왔다. 하지만 프로 초년생 시절을 제외하면 꾸준히 주전으로 나선 적이 없었다.
발은 빠르나 수비력이 많이 부족했다. 코너 외야수를 보기에는 장타력이 아쉬웠다. 단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나이도 30줄에 접어들며 입지가 크게 줄었다. ‘반짝 활약’은 있어도 꾸준함이 모자랐다.
KI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SK에서 방출된 고종욱은 2022시즌을 앞두고 KIA에 입단했다. 이후 2시즌 동안 대타나 플래툰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군 28경기 출전에 그쳤다. 팀이 우승했음에도 고종욱의 기여도는 미미했다.

올해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퓨처스리그에서 3할대 타율을 유지했으나 그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은 적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1군 기회가 왔다. 주전 야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고종욱에게 턴이 돌아왔다.
놓치지 않았다. 고종욱은 지난 6일 콜업된 이후 적은 출전 기회 속에서도 타율 0.300(20타수 6안타) 1홈런 2타점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다. 결국 이번에 치리노스를 상대할 ‘조커 카드’로 낙점됐고, 이범호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고종욱은 경기 후 진행된 방송사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으며 KIA 원정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 준 아내에 대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고종욱은 “올해 스타트가 너무 안 좋아서 힘들 때가 많았다”라며 “와이프가 옆에서 힘을 많이 줘서 꿋꿋이 이겨낸 것이 이 순간까지 이어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후 인터뷰를 이어 가던 고종욱은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겨달라는 중계진의 말에 아내를 떠올리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종욱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와이프에게 너무 고맙다 말하고 싶다”라며 “12월에 태어나는 '겨울이'에게도 고맙고, 와이프에게 사랑한다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간의 마음고생 끝에 흐른 눈물을 본 팬들은 격려의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KIA 승리에 선봉에 서는 맹활약, 그리고 팬들 모두의 가슴을 울린 진심이 담긴 인터뷰까지. 이날 중계진이 했던 말마따나, 적어도 이번 하루는 고종욱의 날이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