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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만장일치 MVP' 김연경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은퇴"

등급아이콘 레벨아이콘 스포츠뉴스 0 112 04.09 03:00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연경(37·흥국생명)이 우승 트로피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들고,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한국 배구가 낳은 세계 최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에 어울리는 마무리였다.
김연경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은퇴한다"며 "오늘 마지막 경기에서의 내 모습을 팬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상에서 은퇴하게 돼 정말 좋다"고 웃었다.
흥국생명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 홈 경기에서 정관장을 세트 스코어 3-2(26-24 26-24 24-26 23-25 15-13)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우승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일궜다.
챔피언결정전 MVP 투표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에서 31표를 독식해 2018-2019시즌 이재영(흥국생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만장일치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2005-2006, 2006-2007,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고, 세 번 모두 시리즈 MVP에 올랐던 김연경은 2020-2021, 2022-2023, 2023-2024시즌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16년 만에 V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번쩍 들었다.
경기 뒤 만난 김연경은 "아직 더 뛸 수 있는데 왜 은퇴하냐고 아쉬워하시는 분도 있지만, 나는 정상에 있을 때 은퇴하고 싶었다"며 "V리그로 돌아온 뒤 계속 준우승만 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우승을 의미하는) 별을 하나 추가해 다행이다. 내가 정말 원하던 마무리였다"고 말했다.
V리그와 유럽 무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도 늘 주역이었던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이날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34점을 올렸다.
허벅지, 무릎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몸을 날리며 상대 공격도 막아냈다.
특히 5세트 13-12, 14-13에서 펼친 혼신의 수비는 이날 활약의 백미였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물론이고,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5세트 막판 김연경의 수비를 '흥국생명 우승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김연경은 "3세트 24-24에서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공격 범실을 했는데, 내가 네트 터치를 해 상대에게 점수를 내줬다. 그게 내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시 기회가 왔다"며 "고희진 감독님이 경기 뒤에 '네 수비 때문에 흥국생명이 우승했다'라고 축하 인사를 해주셨다. 정관장 선수들도 정말 좋은 경기를 해줬다"고 했다.

오랜 시간 국외리그에서 활약하느라, 김연경은 V리그에서 8시즌만 뛰었다.
정규리그 통산 득점은 5천314점으로, 여자부 6위다.
하지만, 김연경은 자신이 뛴 시즌에는 소속팀 흥국생명을 늘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놨다.
김연경은 포스트시즌(1천45점), 챔피언결정전 득점(844점)은 1위에 오르며,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시즌에 열망했던 우승도 차지했다.
과정은 험난했다.
1, 2차전을 따낸 흥국생명은 3, 4차전을 정관장에 내줬고, 5차전에서도 풀 세트 접전을 벌였다.
김연경은 "별 하나를 추가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 3, 4차전이 끝난 뒤에는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오나'라고 한탄하기도 했다"며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도 이렇게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험로의 끝에는 빛나는 우승 트로피가 있었다.

이제 김연경은 더는 '현역 선수'로 코트에 서지 않는다.
김연경은 "내일 대전에 가거나, 인천에서 경기해야 할것 같다. 실감 나지 않는다"며 "며칠이 지나야 내가 은퇴했다는 걸 실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당분간은 맘껏 즐길 생각이다.
김연경은 "사실 내가 애주가인데, 이번 시즌에는 금주를 했다. 오늘은 동료들과 회식하면서, 못다 한 얘기를 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여행도 다니고, 여유 있게 지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직 진로를 확정하지 않았다.
김연경은 "김연경재단에서 많은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 이후의 진로는 쉬면서 차분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배구 선수로 꼽히는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을 3경기 만에 끝냈다면 아주 쉽게 '다음에 태어나도 배구 선수로 뛰겠다'라고 답했을 텐데"라고 웃으며 "아마도 다시 태어나도 배구를 하겠지만, 선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배구 선수라는 직업이 참 힘들다. 나도 힘든 순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김연경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여러 팬이 '김연경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라고 쓴 문구를 들고 있기도 했다.
김연경은 "오늘도 많은 팬이 와주셔서 힘을 냈다.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팬, 최근 새로 유입된 팬 등 다양한 팬들이 있는데, 모든 분이 내게 힘이 됐다"며 "팬들 덕에 행복한 배구 인생을 살았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많은 배구인이 '김연경 은퇴 후'의 V리그를 걱정한다.
김연경은 "잠재력 있는 후배들이 있다. 나도 후배들의 성장을 돕겠다"며 "팬들께서 우리 후배들도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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