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원도 벅찬데…'역도 여왕' 노리던 박혜정, 새 적수 리옌에 당황
동아시아선수권 이어 세계선수권서도 2위
LA 올림픽 우승 비상등, 험난한 경쟁 예상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LA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잡은 역도 박혜정(21) 앞에 리옌(20·중국)이라는 새로운 적수가 등장했다. 가진 기량이 상당해 LA로 향하는 박혜정의 여정이 험난해졌다.
박혜정은 최근 바레인 마나마에서 막을 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최중량급(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 용상 171㎏, 합계 295㎏을 들었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달리 인상, 용상, 합계 3개 부문에 각각 순위를 매기는데 박혜정은 세 부문 모두 2위에 올라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이 체급의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인상 124㎏, 용상 165㎏, 합계 289㎏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혜정은 인상 종목 변화는 없었으나 용상에선 자신의 종전 한국 신기록(170㎏)까지 넘어서며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내심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기록이었으나, 은메달에 머물렀다. 금메달은 리옌의 몫이었다.
리옌은 인상 149㎏, 용상 175㎏, 합계 324㎏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압도적으로 1위에 올랐다. 심지어 인상에서는 선배 리원원(24·중국)의 기록(148㎏)을 넘고 세계 신기록까지 세웠다.
박혜정이 리옌에게 밀린 것은 벌써 두 번째다.
파리 올림픽 직후 열린 9월 제1회 동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도 합계 286㎏을 든 박혜정은 리옌(합계 310㎏)에게 큰 차이로 밀려 은메달에 그쳤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간 여자 최중량급 최강자는 리원원이었다.
리원원은 파리에서 합계 309㎏을 들어 박혜정(합계 299㎏)을 2위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땄다.
당시 용상 2차 시기 만에 금메달을 확정 지은 리원원은 3차 시기는 바벨을 들지 않고 세리머니를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만약 정상대로 3차 시기를 수행했다면 기록은 더 늘어났을 수 있다.
상대의 실력을 깨끗하게 인정한 박혜정은 더욱 기량을 끌어올려 4년 뒤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자신했다.
리원원은 다음 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에 28세가 되는데 이때 부상 등으로 기량이 저하될 경우 박혜정에게 금메달의 기회가 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생각하지 못한 리옌이라는 벽에 막힌 데 이어 3개월 뒤 열린 '리턴 매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리옌의 기록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리원원도 버거운 상황에서 리옌까지 나타나면서 박혜정의 구상이 다소 꼬였다.
지금 나온 기록만 보면 2년 뒤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4년 뒤 LA 올림픽에서 박혜정의 금메달을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전을 위해선 일단 선수의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아울러 중량 신청에 대한 고도의 수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역도연맹과 지도자의 치열한 고민도 동반돼야 한다.
문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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