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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논란의 VAR 판정 설명에 소극적…투명하게 공개해야"


8일 축구계에 따르면 홍은아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스포츠학회지에 실린 '해외 사례를 통한 대한축구협회의 VAR 관련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 제언'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판정에 대한 협회의 대외 소통 방식은 점차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변했다.
심판 관리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협회로 이관된 2020년만 해도 심판위원회가 논란의 판정에 대한 공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후 브리핑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오심 여부에 대한 판단을 공지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가 2022년부터는 공지도 중단했다.
현재 협회는 각 구단이 특정 장면에 대한 질의 공문을 제출할 경우에만 위원회 결정을 회신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논문에서 이 같은 방식은 사실상 무대응 전략에 가까운 '위기 커뮤니케이션 진공 상태'로 분석됐다.
홍 교수는 "심판계 외부와 소통은 거의 단절된 상태로 보인다"며 "미디어 및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는 중요 장면에 대한 설명·해명 등 외부와 소통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일반적으로 위기 소통 전략은 ▲ 위기 자체를 부정하기 ▲ 타개를 위해 타 주체 비난 ▲ 고의가 아니라고 변명 ▲ 피해가 불가피했다고 정당화 ▲ 과거 공을 언급해 환심 사기 ▲ 피해 복구·재발 방지 ▲ 용서를 구하고 보상에 나서는 사과로 구분된다.
전자일수록 방어적, 후자일수록 수용적 전략으로 분류된다. 현재 협회의 심판 조직이 이 가운데 가장 방어적인 '부정하기'조차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홍 교수는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일부 VAR 상황을 유튜브 등 플랫폼에 전면 공개하는 등 협회가 점진적으로 수용적 태도로 전환해 신뢰를 회복할 것을 제언했다.
실제로 미국프로축구의 프로심판기구(PRO)와 잉글랜드프로경기심판기구(PGMOL)는 각자의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논문에 따르면 PRO는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라운드별로 VAR 담당 매니저가 최종 결정을 설명한다. 주요 판정의 경우 VAR 화면과 심판진 소통 내용을 전면 공개한다.
PGMOL은 수장 격 인물이 방송에 출연해 팬과 선수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출연자와 대담하는 방식으로 소통에 나선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 협회 심판운영팀에 체계적 위기 대응 시스템이 도입되고, 판정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예산·인력 지원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홍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국제심판으로 활약했다.
2003년 한국인 최연소로 국제심판이 된 홍 교수는 2010년 잉글랜드축구협회 여자 FA컵에서 비(非) 영국인 최초로 주심을 맡았고, 같은 해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개막전 주심으로 나서 한국인 최초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개막전 심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역 은퇴 후 모교 이화여대 교수로 일하는 한편, FIFA 심판 강사로도 활동했다.
최근 K리그에서 석연치 않은 퇴장 판정 등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2일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취임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이 아닌 시스템 문제라 보고 있다.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논란의 VAR 판정 설명에 소극적…투명하게 공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