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관록 이승훈 金


37세 관록 이승훈 金
관록이 빛난 레이스였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레전드 이승훈(37·알펜시아)이 나이를 잊은 듯한 막판 스퍼트로 7년 만에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24일(한국 시각) 폴란드에서 열린 2024-2025시즌 ISU(국제빙상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7분48초05를 기록, 60점을 얻어 우승했다. 400m 트랙을 16바퀴(총 6400m) 도는 매스스타트는 4·8·12바퀴째에선 1~3위에게 각각 5·3·1점을 주고, 최종 순위 1~3위에게 각각 60·40·20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가 정상에 오른다.
이승훈은 레이스 초반엔 후미에서 체력을 비축했다. 선수들은 15바퀴 막바지부터 본격적인 속도 경쟁에 나섰고, 앞으로 치고 나온 이승훈은 마지막 바퀴 첫 번째 곡선 주로에서 바깥쪽으로 나와 선두 경쟁을 펼치던 사사키 쇼무(19·일본)와 리피오 벵거(32·스위스)를 제쳤다. 그는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있는 힘을 다해 달려 뒤따라오는 선수들과 격차를 더 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7년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월드컵 4차 대회 매스스타트 이후 7년여 만에 따낸 월드컵 금메달. 이승훈은 주먹을 불끈 쥐며 미소를 지었다. 랭킹 포인트 60점을 얻은 그는 올 시즌 월드컵 랭킹 10위(166점)에 올랐다. 1위는 224점을 기록 중인 바르트 훌베르프(27·네덜란드). 10위 안에 유럽 출신이 아닌 선수는 이승훈이 유일하다.
이승훈은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자존심으로 통한다. 2010 밴쿠버 올림픽부터 2022 베이징 올림픽까지 금 2·은 3·동 1개를 따내며 사격 진종오(금 4·은 2), 양궁 김수녕(금 4·은 1·동 1)과 함께 한국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6개)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1일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정재원·박상언과 팀 추월 은메달을 합작하며 아시안게임 한국 역대 최다 메달 기록(9개, 금 7·은 2)도 세웠다.
그는 이번 월드컵 금메달로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 매스스타트 메달 전망도 밝혔다.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처럼 여러 선수가 동시에 달리는 만큼 돌발 변수가 많은 종목. 레이스 운영과 상황에 따라 이승훈이 자신의 다섯 번째 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승훈은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이날 자신보다 17살 어린 사사키를 가뿐히 제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한국 스포츠 선수 중 다섯 차례 올림픽 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딴 선수는 아직 없다. ‘사격 전설’ 진종오가 2004 아테네 대회부터 2016 리우 대회까지 4회 연속 메달을 땄지만, 2020 도쿄 대회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이날 열린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선 하얼빈 아시안게임 2관왕 이나현(20·한국체대)이 38초15로 4위에 올랐다. 김민선(26·의정부시청)은 38초22로 6위에 머물렀다. 미국 에린 잭슨(33·37초81)이 정상에 올랐다. 쇼트트랙에서 올림픽 금메달 3개를 따낸 쉬자너 스휠팅(28·네덜란드)은 올 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주로 뛰는데 이날 37초92로 2위를 기록했다.
장민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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