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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고도 아름다웠던 정관장의 투혼…챔프전 또 다른 주역


2차전까지만 해도 정관장은 김연경 고별전의 조연 역할에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정관장 선수들은 '부상 투혼'으로 드라마 대본을 바꿔놨다.
정관장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5차전 방문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2-3(24-26 24-26 26-24 25-23 13-15)으로 패했다.
리버스 스윕은 완성하지 못했지만, 정관장의 투혼은 배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5전 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내준 정관장은 3, 4차전을 따내며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명승부로 만들었다.
마지막 5차전도 5세트까지 흘렀고, 5개 세트 모두 2점 차로 승부가 갈렸다.
정관장은 2023-2024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쳐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플레이오프(PO)에서 흥국생명의 벽에 막혀 챔피언결정전 무대에는 서지 못했다.
2024-2025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른 뒤 PO에서 현대건설을 꺾고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오랜 기간 우승 횟수를 의미하는 별 3개를 달고 있었던 정관장은 4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과정은 처절했지만 아름다웠다.
정규리그 2라운드까지 4위에 머물던 정관장은 팀 역사상 최다인 13연승을 내달리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말미에 부상 악재가 덮쳤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함께 날개 공격을 이끌던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가 2월 22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다쳤다.
2월 26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도 미들 블로커 박은진이 왼쪽 발목을 다쳤다.
부키리치와 박은진은 재활에 속도를 냈고, 극적으로 PO에서 복귀했다.
PO에서도 주전 세터 염혜선이 무릎, 리베로 노란이 허리 부상으로 고전하는 설상가상의 상황이었지만, 정관장은 현대건설을 2승 1패로 뚫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연경은 기량도 인기도 압도적인 1위였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김연경의 고별전이어서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염혜선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우리가 독한 악역을 하겠다"고 특색 있는 출사표를 올렸다.
3, 4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에는 "어쩌면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악역이 악역으로 끝나지 않고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웃었다.
실제로 경기를 치를수록 부상자가 즐비하지만 쓰러지지 않는 정관장의 투혼이 배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적지' 인천으로 돌아와서도 정관장은 흥국생명과 김연경을 응원하는 핑크빛 물결 속에서 명승부를 벌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흥국생명의 우승을 축하하면서도, 정관장의 투혼에도 박수를 보냈다.
잠시 코트에 쓰러져 있던 정관장 선수들은 흥국생명의 우승을 축하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조연 또는 악역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시작했던 정관장 선수들은 봄배구의 또 다른 주연 역할을 했다.
이제는 많은 팬이 '아름다운 2등'도 기억한다.
처절하고도 아름다웠던 정관장의 투혼…챔프전 또 다른 주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