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 그리워?’ 류현진 전 동료, 뒷문 망가진 다저스 앞에서 깔끔한 세이브…500세이브 채우면 ‘명예의 전당’ 청신호!

[SPORTALKOREA] 한휘 기자= LA 에인절스와 LA 다저스의 ‘프리웨이 시리즈’ 첫 경기에서 다저스의 패배에 방점을 찍은 건 다름 아닌 한때 다저스의 ‘수호신’이었던 베테랑이다.
에인절스 켄리 잰슨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다저스와의 홈 경기에 9회 말 마무리 투수로 나서서 세이브를 수확했다.

투구 내용은 깔끔했다. 선두 타자 마이클 콘포토를 전매 특허 커터를 앞세워 3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알렉스 프릴랜드도 4구 만에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고, 알렉스 콜도 2구 만에 커터로 2루수 뜬공 처리해 7-4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 세이브로 잰슨은 올 시즌 22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2022년 이후 3년 만의 30세이브까지 8개만 남겨뒀으며, 통산 469세이브째를 올리며 500세이브 고지까지도 31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날카로운 커터 덕에 ‘포스트 마리아노 리베라’로도 불렸던 잰슨은 다저스와 짙은 인연을 가진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 포수로 뛰었던 잰슨은 2005년 다저스와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맺고 입단했다. 이후 투수로 전향해 2010시즌 MLB 데뷔에 성공했다.
2012시즌 대체 마무리로 25개의 세이브를 수확한 잰슨은 2013년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린다. 당초 마무리로 낙점한 브랜든 리그가 부진하면서 잰슨이 다시 마무리 자리를 맡았고, 28세이브라는 호성적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를 기반으로 잰슨은 다저스의 ‘수호신’으로 오랜 기간 뒷문을 지켰다. 2017년 41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고,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NL) 최고의 마무리 투수에게 주어지는 ‘트레버 호프먼 상’의 주인공이 됐다.
2020시즌에는 잰슨 본인은 다소 흔들렸으나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2021시즌까지 12시즌 통산 350세이브를 올렸는데, 이는 다저스 역사상 통산 세이브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22시즌부터 잰슨은 여러 팀을 오가고 있다. 애틀랜타로 이적해 41세이브로 다시금 구원왕에 올랐으나 세부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2시즌 도합 56세이브를 올렸는데, 여전히 평균자책점은 3점대에 머물며 전성기의 위압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에인절스에 합류하고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중이다. 현역 선수 최다 세이브 기록도 나날이 경신 중이다. 여기에 역대 3번째로 500세이브 고지까지 정복하면 명예의 전당 입성에도 제대로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공교롭게도 잰슨이 오랜 기간 헌신한 다저스는 올해 뒷문을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다저스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23으로 리그에서 5번째로 높다.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의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는다.
특히 마무리 투수 고민이 깊다. 당초 낙점했던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태너 스캇을 기용했다. 하지만 스캇은 47경기에서 1승 2패 19세이브(7블론) 평균자책점 4.14로 부진을 겪다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다행히 트라이넨이 돌아오긴 했으나 복귀 후 5경기에서 세이브 없이 블론세이브 1회에 평균자책점 7.36(3⅔이닝 3실점)으로 부진하다. 특히 피안타 8개, 볼넷 4개로 세부 지표가 매우 나쁘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 보강을 단행하지 않았다.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중간 계투 브록 스튜어트를 데려온 것이 사실상 유일한 투수진 전력 증강이었다. 그리고 이달 들어 다저스는 10경기에서 5승 5패에 그치고 있으며, 불펜이 망친 경기가 3번이나 있다.
이런 와중에 한때 팀의 ‘수호신’이었던 선수를 적으로 만났다. 그리고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정리당하며 마무리의 안정감이 무엇임을 보여줬다. 다저스 팬들에게는 1패 그 이상의 씁쓸함이 있었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