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VS이대호' MVP 경쟁급이었던 2025시즌 신인왕 경쟁, 안현민 독주로 싱겁게 끝날까?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지난 2006년 한국 야구는 역대 최고 투수의 탄생으로 모두가 들끓었다. 한화 이글스의 루키 류현진은 201⅔이닝을 던지며 18승 6패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해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신인왕 역시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MVP는 장담할 수 없었다. ‘타격 괴물’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호 역시 2006년 타율 0.336 26홈런 88타점 OPS 0.980을 올려 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당시 MVP 경쟁은 치열한 접전 끝에 류현진에게 돌아갔다.
이번 시즌 초반 신인왕 경쟁은 ‘용호상박’에 가까웠다. 두 무명 신인 송승기(LG 트윈스)와 안현민(KT 위즈)의 맞대결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송승기는 그야말로 류현진의 재림이었다. 좌완임에도 평균 145km/h, 최고 150km/h를 넘나드는 강력한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완성도도 뛰어났다. 완급 조절 능력까지 갖춰 풀타임 첫 시즌 만에 국내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았다. LG는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송승기의 입지는 탄탄했다. 한때 국내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안현민은 송승기에 비해 뒤늦게 출발했다. 4월까진 출장 기회가 없었던 그는 5월부터 무섭게 불타올랐다. 마치 굶주린 호랑이가 이빨을 내밀듯이 그야말로 상대 투수들을 집어삼켰다. 5월에는 파워로 상대를 압도하더니 6월에는 컨택과 선구안으로 대응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던 와중, 최근 약간의 균열이 발생했다. 송승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등판한 그는 2⅓이닝 7피안타 7실점에 그쳐 평균자책점이 3.25까지 수직 상승했다. 한 번의 실수가 엄청난 화를 불러일으켰다.

반대로 안현민은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는 중이다. 지난 1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4타수 2안타 2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15홈런을 기록해 홈런 전체 3위, 국내 선수 1위로 올라섰다. 타율도 여전히 0.337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자들의 타율이 떨어지는 것에 반해 안현민의 타율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현재 타율 1위 김성윤과의 격차는 1푼에 불과하다. 규정 타석만 채운다면 타율, 출루율, OPS 1위 탈환도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신인왕 경쟁은 순식간에 안현민의 독주 체제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물론 올스타 브레이크라는 변수는 있다. 송승기는 팀 내 국내 선발 중 유일하게 한 턴도 거르지 않아 현재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할 단계다. 휴식을 통해 구위가 더 올라올 수 있다.
그럼에도 안현민이란 경쟁자가 너무 막강하다. 그는 이번 시즌을 넘어 KBO 역사를 뒤바꿀 기세다. 부상과 같은 변수가 나오지 않는 한 이대로면 안현민의 독주 체제가 유력해 보인다.
사진=뉴스1, KT 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