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이전 ERA 5.91→9회 ERA 0.00' 마무리가 체질인데...'52억 FA' 장현식 딜레마에 빠진 LG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믿었던 장현식이 흔들린다. LG 트윈스 불펜에 비상이 걸렸다.
LG는 지난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상위권 팀 간의 맞대결답게 양 팀은 7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롯데는 이민석이 6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최준용이 1⅓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LG 역시 손주영의 6이닝 무실점, 이정용이 1이닝을 책임졌다.
승부는 8회에 갈렸다. 8회 말 LG는 필승조 장현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 장두성에게 안타를 허용한 그는 박동원의 송구 미스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이후 희생 번트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장현식은 빅터 레예스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전준우를 상대했으나 한복판에 134km/h 슬라이더가 몰려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LG는 곧바로 장현식을 유영찬과 교체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전상현, 곽도규와 필승조를 이뤄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장현식은 4년 총액 52억 원을 받고 LG로 이적했다. 당시 LG는 그에게 무옵션 전액 보장 제안을 건넸을 만큼 영입에 진심이었다.
장현식은 LG 입단 후 곧바로 마무리를 맡았다. LG는 부상으로 빠진 유영찬의 공백을 장현식으로 메우고자 했다. 출발은 좋았다. 지난 5월 중순까지 15경기에 나서 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했다. 잘나가던 시점에서 부상이 찾아왔다.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느낀 그는 약 한 달여를 쉰 뒤 마운드로 돌아왔다.
장현식이 없는 사이 LG 불펜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했던 유영찬이 돌아왔다. 염경엽 LG 감독은 수술을 받은 유영찬을 관리해 주기 위해 마무리로 보직을 고정했다. 장현식은 자연스럽게 KIA에서 익숙했던 8회 셋업맨으로 순번이 바뀌었다.
이후 장현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속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볼넷이 늘어난 것도 아니지만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 피안타율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6월에는 0.375를 기록하더니 7월에는 0.400까지 상승했다.

장현식은 이번 시즌 9회 평균자책점이 '0'이다. 13⅔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고, 탈삼진도 10개나 잡았다. 반대로 9회 이전에 등판한 경기 평균자책점은 5.91에 이른다. 즉 9회에 등판하는 마무리 포지션이 더 편하다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장현식의 자리를 밀어낸 유영찬은 8회 압도적인 성적(2⅔이닝 무실점, 0볼넷 5탈삼진)을 기록한 반면 9회(8⅔이닝 2실점, 5볼넷 7탈삼진) 조금 더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이 때문에 LG는 딜레마에 빠졌다. 유영찬을 관리해 줘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장현식의 성적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 염경엽 감독의 머리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뉴스1, 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