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닝 책임지겠다"라더니...'리그 최하위급 이닝 소화력' 78억 FA 투수, 도저히 계산이 서지 않는…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78억 FA 투수' 엄상백이 또 다시 조기에 무너졌다.
엄상백은 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3⅔이닝 5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양 팀은 연장 11회 접전 끝에 7-7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엄상백은 NC 선두타자 김주원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도루를 허용해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손아섭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가 된 상황에서 박민우를 상대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해 1아웃을 잡았다. 1사 1, 3루서 3구 연속 볼을 던진 엄상백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오영수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줬다.
이어지는 1, 3루 위기서 박건우의 타석 때 한화는 NC의 이중도루 작전을 막지 못해 1점을 더 헌납했다. 박건우에게 볼넷을 허용한 엄상백은 1사 1, 2루에서 김휘집을 중견수 뜬공, 서호철을 2루수 땅볼로 막고 힘겹게 1회를 정리했다.
2회부터는 차츰 안정감을 찾았다. 김형준을 2루수 땅볼, 한석현을 중견수 뜬공 처리한 엄상백은 김주원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손아섭을 유격수 뜬공으로 막았다. 3회에는 공 7개로 박민우 2루수 땅볼, 오영수 중견수 뜬공, 박건우 3루수 땅볼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갔다.

순항하는 듯했던 엄상백은 4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두타자 김휘집의 안타와 서호철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득점권 위기에 몰린 그는 김형준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흔들렸다. 한석현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엄상백은 2사 1, 2루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김주원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2-3으로 역전을 허용한 엄상백은 조동욱에게 2사 2루에서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갔다. 조동욱이 대타 맷 데이비슨을 2루수 뜬공으로 막고 이닝을 정리해 엄상백의 실점은 3점에서 멈췄다. 이후 한화 타선이 곧바로 역전에 성공해 엄상백의 패전 요건이 지워졌다. 엄상백이 내려간 뒤 한화는 불펜 투수 7명을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쳐 겨우 무승부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4년 최대 78억 원의 FA 계약을 맺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엄상백은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진에 방점을 찍을 투수로 큰 기대를 받았다.
현재까지 성적은 매우 실망스럽다. 14경기에 등판해 1승 6패 평균자책점 6.23으로 매우 부진하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도 1.70에 달하며 피안타율은 3할이 넘는다(0.317).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이닝 소화력이다. 엄상백은 올 시즌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가 단 2번뿐이다. 2경기 모두 정확히 6이닝까지만 소화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STATIZ)'에 따르면 선발 등판 경기당 이닝은 4.33으로 규정이닝 70% 이상 소화한 투수 39명 중 38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5.40)에 비하면 이닝 소화 능력이 경기당 1이닝 이상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11월 FA 계약 당시 엄상백은 "선발투수로서 내년 시즌(2025년)부터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으로 반드시 팬과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전반기가 종료를 앞둔 현재까지 엄상백이 보여준 모습은 '언행 불일치'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